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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탐사시추’ 승인 단계 대통령 직접 발표, 정상 아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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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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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 승인 사실을 직접 발표한 것은 여러 면에서 이상하다. 국민에게 중대 현안을 직접 보고하는 형식의 국정 브리핑을 대통령 취임 뒤 처음 하는 자리에서 발표할 만한 사안이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발언은 탐사 시추의 의미를 매우 과장한 것이다. 유전 개발 기대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 한 것이었다면 민생고가 최대 현안인 국면에 썩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많은 것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대통령이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물리 탐사를 거쳐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많은 돈이 드는 탐사 시추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 검토한 결과 최소 5곳을 탐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일이라면 산업부가 발표하는 게 맞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산업부는 대통령실이 극도의 보안 속에 깜짝 발표를 한다는 사실을 발표 직전에야 알았다고 한다. 시장 영향을 고려한 보안 유지가 필요했다면 주식시장 개장 전에 발표하는 게 맞을 텐데, 발표는 오전 10시에 했다. 탐사 시추는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대통령 발표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의 목적이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었다면 단기 목표는 이룬 것 같다. 유전 개발 관련주들이 3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로 오르는 등 대거 폭등했다.



그러나 탐사 시추를 거쳐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는 데만도 앞으로 몇년이 걸린다. 한국석유공사가 그동안 동·서·남해에서 48개의 시추공을 뚫었지만,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원유 4500만배럴 분량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데 그친 ‘동해-1 가스전’ 하나만 성공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은 곧 차분해질 것이다.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에도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정국 운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이번 이벤트가 그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발상이 유치하다. 실망을 더 키울 뿐이다. 탐사 시추에는 시추공 한곳에 1천억원 이상이 든다. 다 날릴 수도 있는 일이다. 정부는 ‘탐사 계획’ 승인이 철저한 검토를 거쳐 타당하게 이뤄진 것인지부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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