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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민주당은 잔칫집, 부산은 초상집'…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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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uppercutrules@gmail.com)]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권에 한 발 더 바짝 다가섰다. 국민의힘의 참패는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접었음을 뜻한다.

그 결과 수도권이 사실상 민주당 텃밭이 됐다. 거기에 과거 보수 성향 스윙보터 지역이었던 충청권도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28석 중 22석을 가져갔다. 민주당은 기존 호남 지지세에 수도권과 충청권까지 거머쥐었다. 게다가 전쟁 기억을 가진 '냉전세대'는 사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길 일만 남은 듯하다.

침묵이 흐르는 초상집 부산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잔칫집이다. 국회가 개원하며 희망과 설레임으로 번잡한 집안 한 켠, 비통에 잠겨 침묵이 흐르는 초상집이 있다. 부산이다. 18개 지역구 중 전재수 혼자 생환했다. 선거 직전 경합 또는 우위 지역구가 상당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민주당이 연전연승한 20대, 21대, 22대 총선에서 부산은 6석 → 3석 → 1석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민주당이 잔칫집일 때 부산은 언제나 초상집이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민주당에겐 험지 중 험지다. 민주당이 부산의 유권자를 설득하려면 우선 악재가 없어야 하고, 동시에 분위기가 우호적이어야 한다. 한 정치인은 "민주당이 부산에서 이기려면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분위기가 험악해질수록 민주당은 표를 얻기가 힘들어진다. 높은 투표율에서 보듯 22대 총선은 양 진영이 총결집한 선거다. 1970년대 이후 무소속 당선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최초의 선거였다. 양대 정당이 '강 대 강'으로 세게 붙으면 피를 보는 것은 언제나 부산의 민주당 후보들이었다.

부산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야권의 압승이 예상되자 위기감을 느낀 부산의 보수는 결집했다. 이러한 부산 보수의 결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증명된 바 있다.

진보와 보수가 세게 붙으면 피해 보는 건 언제나 부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 압승을 거두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역대 총선 최대 승리였다. 그러나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때문에 부산은 궤멸적 피해를 입었다. 당시 20% 앞서가던 선거구가 무려 다섯 개가 있었는데 그 발언 때문에 다 날아가고 1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잔칫집, 부산은 초상집'의 시작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180석이라는 초유의 승리를 거뒀다. 나중에 합당한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183석의 거대한 승리였다. 그러나 선거 막판 '180석' 발언으로 부산은 또다시 역풍을 맞았다. 보수가 조용히 결집한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부산 민주당이 거뒀던 소중한 승리가 허물어졌다. 6석에서 3석으로 반토막 난 것이다.

22대 총선 앞두고 부산의 민주당 후보들은 십여 개 지역구에서 경합 또는 경합 우세였다. '큰일' 낼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 참패였다. 무엇이 이유였을까? 무엇이 부산 보수를 결집하게 한 것일까?

민주당이 압승하면 부산은 언제나 참패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는 곧 논란이 됐고, 보수 결집의 빌미가 됐다. 결과적으로도 그랬지만 민주당 후보들에게 득이 되기보단 실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치명적인 것은 막말과 부동산 문제다. 오랜 세월 진보 정당은 부동산 문제로 보수 정당을 공격해왔다. 그런데 그 업보인지 민주당 인사의 부동산 문제가 거론되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고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

막말이 문제가 된 사례는 여야를 가리지 않겠으나 지난 총선에서 가장 자극적 막말은 민주당에 있었다. 도태우, 장예찬 국민의힘 후보와 정봉주 민주당 후보 경우 선거를 한 달 가까이 남긴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려다간 전체 선거판이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 공천을 취소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 문제가 된 후보들은 그냥 안고 갔다. 민주당은 '어느 정도 논란(손해?)이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판단을 했을 것인데 그 손해(피해?)는 고스란히 부산이 떠안게 됐다. 물론 이러한 피해는 수도권에도 미쳤을 수 있지만 부산·울산·경남 같은 보수 우위 지역엔 집중적이고 가중적일 수 밖에 없다.

제1당에서 부산을 대변하는 의석은 단 하나

결국 역사는 반복된다. 민주당이 압승할 조짐이 보이면 보수는 언제나 결집하고 그 피해는 부산의 민주진영이 떠안게 된다. 보수 결집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이를 관리하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단순히 부산에 민주당 낙선자가 많아 한탄하는 것이 아니다. 범야권 192석 중 부산은 단 1석. 부산의 정치는 경쟁이 없는 공간이 됐다. 활력이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의 시대 부산은 제1당인 민주당의 관심권에서 한 발짝이라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 정치마저 '수도권 집중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프레시안

▲부산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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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uppercutrul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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