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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외신들, ‘오물풍선’ 배경으로 남북 ‘풍선전쟁’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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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내용물을 군 관계자가 수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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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사태와 관련해 다수 외신이 과거 남북 간 ‘풍선전쟁’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 도발은 북한 소행이지만, 배경에는 대북 전단 살포 등 남한의 긴장 유발 행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남한 활동가들이 북한 비방 전단을 실어 보내는 풍선에 북한은 오랫동안 분노해 왔다”고 짚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9일 대남 오물풍선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전하면서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남북 간 풍선전쟁 역사를 자세히 기술했다. 2018년 남북 정상이 전단 살포 등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하고 한국 국회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등 양국 간 긴장 완화 노력이 이어졌으나, 일부 남한 내 탈북민 단체 등이 이를 무시한 채 전단 살포를 이어갔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이를 문제 삼아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고, 한국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위헌 결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 모두 선전전에 풍선을 이용해 왔다”면서 “남한의 활동가들은 북한을 비방하는 선전 외에도 현금, 북한에서 금지된 미디어 콘텐츠, 북한에서 금지된 한국 간식 ‘초코파이’ 등을 넣은 풍선을 날렸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쇄국 정책’으로 대내적 안정성을 기하는 특수한 국가여서 남한의 전단 살포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 통신사 AP는 “북한 주민 2600만명은 외국 뉴스를 거의 접하지 못하며, 북한은 이들에 대한 김정은의 절대적인 통제력을 저해하려는 외부의 어떤 시도에도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대북 전단 살포에 앞장선 탈북민 박상학씨를 가리켜 “누구보다 북한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잘 아는 활동가”라며 “김정은의 반복되는 핵 도발 앞에서 풍선을 보내는 건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북한 정권에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남북한의 선전 공세는 때때로 더 큰 맞대응(tit-for-tat)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AFP는 “한국 정부는 이번 도발을 ‘비이성적’이고 ‘저급하다’고 표현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와 달리 ‘쓰레기 캠페인’은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다”라고도 짚었다. 국제사회가 오물 풍선 살포에 강제력을 갖고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 무효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AFP는 “남북 관계는 수년 사이 가장 나쁜 지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양일간 남한으로 오물풍선을 살포한 데 이어 지난 1·2일 또다시 오물풍선을 보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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