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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종부세 완화에 與 상속·증여세 얹어 맞불…이번엔 감세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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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제 완화 논의가 불붙고 있다.

중앙일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원구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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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제 완화 논의는 과거 ‘부자 감세’에 반대해 왔던 171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게 특이점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종부세라는 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1가구 1주택, 실거주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세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의 전향적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하며 종부세 완화 이슈를 처음 꺼냈다. 이후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지난달 25일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인 재설계를 해야 한다”며 종부세 개편론을 이어갔다.

이같은 종부세 완화론을 두고 민주당 내에선 ‘탈(脫)이념·중도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집 한 채를 갖고 있다고 억울한 세금을 내야 한다면, 그런 이념적 요소부터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당 고위 관계자)는 주장이다. 친명계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최근 연금 모수 개혁 제안부터 종부세 완화 논의 등은 본격적인 ‘이재명식 실용 개혁 드라이브’”라고 설명했다.

연금 개혁 논의에서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정부·여당도 세제 완화 논의에선 재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여야가 지혜를 모아 올해 국회에서 부동산 세제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고 화답하며 물꼬를 텄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징벌적 성격이 강한 종부세는 폐지가 맞는다고 본다”며 아예 종부세 폐지론을 꺼냈다. 야당이 띄운 종부세 완화론에 폐지론으로 응수한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던 ‘부동산세제 정상화’ 논의를 야권에서 먼저 꺼낸 것 자체가 기회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재산세와 별도로 중과세하는 종부세가 부당하다는 입장은 늘 확고했다”며 “정략적으로 이슈에 밀리지 않기 위해 ‘종부세 폐지’를 던진 게 아니라, 민주당이 논의의 장을 열어주니 우리도 ‘오케이’ 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선 내친김에 상속·증여세의 개편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2000년 이후 그대로인 상속세율 인하를 위해, 상속세를 전체 유산이 아닌 각 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상속 지분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33억원을 자녀 세 명에게 균등 상속하면 현재는 최고세율(30억원 초과·50%)이 적용되는데, 유산취득세가 되면 각 자녀가 상속받는 11억원에 40%의 세율을 적용해 부담이 줄어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젊은 부부가 결혼해 집을 마련해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려면 과도한 상속 세제는 손 보는 게 맞는다”며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정이 실제 세제 완화 타협안을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우선 각종 세제 완화 정책에 대해 ‘부자 감세’라고 거리를 둬 온 민주당 입장에선 지지층 반발이 변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종부세 완화는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지만, 당원 사이에선 ‘부자 감세 반대’ 여론이 작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적된 국세 부족 상황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국세수입’ 자료에 따르면, 1~4월 누계 국세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8조4000억원 줄어든 125조6000억원이었다.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은 34.2%로, 최근 5년 진도율(38.3%)에 비해 크게 낮아져 ‘세수 펑크’ 가능성도 커졌다. 재정 당국 관계자는 “정부로선 재정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공감대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재정 상황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국회에서 세제 완화 논의가 시작되면 어떻게든 정부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박태인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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