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원로들 조언
“의대 증원 이젠 서로 수긍해야
대통령은 전공의 설득 해달라”
“사태 길어지면 내년 의사 부족
양쪽 다 100점 불가능… 대화를”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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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의대 증원’ 과제로는 전공의 빈자리를 100일 넘게 지켜온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제도화, 필수의료 강화 및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 전공의 이탈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열악한 수련환경에 대한 현실적 개선 등이 꼽힌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2일 “의·정 갈등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우리 의료체계가 공공성을 회복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가기 위해서는 한번쯤 겪어야 할 진통”이라면서도 “원만하게 해결되어야겠지만 증원의 근본 목적이 훼손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증원 정책은 크게 틀리지 않지만 증원 규모에 대한 의료계 거부감을 해소하기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조 회장은 “이제 내년 증원은 여러 상황상 인정해야 하고 앞으로 부작용 없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원점 재검토 등 극단적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수긍하고 연착륙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100일 넘게 병원과 학교를 떠나 있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 대해 “미래 주역들의 무리한 행동은 본인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면 본인 주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문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데 힘을 써야지, 떠나 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수련과 학업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노력해달라”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정부를 향해서도 “전공의·의대생들이 돌아올 여지를 줘야 한다”며 “설득과 믿음을 주려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총파업을 시사한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선 “의사 대표로서 국민과 환자를 생각해서라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왼쪽부터)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최동섭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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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공백이 더 길어지면 내년에 전문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이번 사태는 의사 부족으로 시작했는데 의대 증원 효과는 10년이 지나야 나온다”며 “지금도 의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데 내년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들도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의·정 갈등이 빨리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양측 간극이 너무 벌어져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차피 100점은 없는 것이고 서로가 대화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젊은 의사들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특히 돌아오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지금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인생 진로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라”며 “큰 흐름에서 시간이 지나면 의사 역할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감정적인 부분들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정부를 향해서는 “어떤 정책, 문제든 구성원들이 마음을 합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지만 긴 호흡에서 함께 손잡고 가야 하는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의료계를 좀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민과 환자를 향해서는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 체계가 정상화된 것 같다는 얘기도 한다”며 “너무 상급종합병원만 찾지 말고 질병을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다면 우리나라 의료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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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밥그릇 챙기기’로만 바라봐선 안 되고,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동섭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정 모두 처음부터 너무 강성으로 밀어붙여 사태가 악화했다”며 “전공의들은 우리 세대와 많이 다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할 게 아니라 세 번이든 네 번이든 달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의사들이 증원에 반대하는 것을 밥그릇 챙기는 것으로 보고 전문가집단이 아닌 이익집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증원한다고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 대해 “대법원 결정이 나와도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대통령이 두 번, 세 번이라도 전공의들을 만나서 믿고 따라오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해선 “지금으로선 자기 고집만 부릴 게 아니라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가 유급방지책으로 수업시간도 조절하고 전공의 입장을 반영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일단 한번 믿고 따라가야 한다”며 “정부도 강압적인 태도를 버리고 증원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준다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에게 “의사들이 정부와 갈등을 빚은 것은 서로 강대강으로 맞서다 초래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의사들도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우선 생각한다는 점도 믿어줬으면 한다.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공의들을 달래서 돌아오게 하는 게 우선이고,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의 수가 개선과 의료사고 시 법적 부담 완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의사들도 정부를 믿고 따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영·박진영·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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