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A씨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85㎡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데 보유세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세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요즘같이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보유세 성격으로 2005년 도입했던 종부세가 중산층까지 무차별적으로 겨냥하며 도입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단행되지 않으면 불과 6년 뒤인 2030년 수도권 아파트 열 곳 중 한 곳(11%)이 종부세를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2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KB주택가격동향·통계청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종부세를 내야 하는 보유자가 수도권에서만 올해 21만7906명에서 2030년엔 87만6631명으로 네 배 이상 늘 것으로 추정됐다. 세금 납부 대상이 되는 수도권 유주택자 비중은 2035년 32.7%로 300만명(316만902명)을 돌파한 후에도 계속 늘어, 2040년 59.9%(700만7896명)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 수와 매매가격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만큼 늘어난다고 보고,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2억원(시세 기준 15억9000억원·1세대 1주택자 기준)을 넘는 아파트 비중을 계산한 결과다.
1주택자 과세 기준(공시가격 12억원)이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준(9억원 이상)보다 높기 때문에, 실제 세금 납부 대상이 되는 국민은 이 같은 추계보다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 때 유주택자를 겨냥해 징벌적 과세를 단행하며 세 부담이 대폭 무거워졌는데, 세제가 국민들의 자산증가 속도까지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자산 상위층에서 중산층으로 종부세 부담이 확산되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종부세(4조7000억원) 납세액의 48%를 낸 서울 지역 납세 현황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세율 부담을 완화했음에도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 대거 과세권에 들어갔다.
서울 지역에서 종부세 납부액의 48%는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에서 냈지만, 강북 14개구 납부 비중도 40%(37%)에 육박했다. 강북 14개구의 세금 납부 비중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 유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심해지기 시작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39만7000명였던 과세 인원은 2022년 128만3000명으로 3배 이상 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실수요자 타격도 컸다. 종부세를 납부한 1주택자는 이 기간 3만6000명에서 23만5000명으로 늘었고, 이들이 낸 세금도 15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최고세율을 6%에서 5%로 내리고, 1주택자 기본 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며 지난해 납세자는 49만9000명, 납부세액은 4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주택 종부세 과세 인원은 11만1000명, 납부세액은 905억원에 달할 정도로 실수요자 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정부 들어 종부세 부담이 완화됐지만 부당하게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반발하는 납세자가 늘고 있다"며 "세 부담을 완화하지 않으면 조세 저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종부세에 집단 반발하는 국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 종부세 불복 심판청구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며 납세자들이 제출한 행정심판 요청 건수는 583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자산 관련 세제가 장기간 변동이 없어 국민 경제 상황을 못 따라가고 있다"며 "최소한 중산층 이하 가계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줄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만식 이현세무법인 대표는 "징벌적 세금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대책을 처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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