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중동 지역으로도 확산되자 뉴욕 증시에서 중동 주요국 투자 상품에 대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실리 외교 노선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산업 키우기에 나섰지만, 미·중 갈등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증시에서는 '중동 맹주' 사우디의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사우디아라비아' 시세가 연초 대비 6.70%의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현지시간)부터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월 31일까지 흐름이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스 MSCI 카타르' ETF와 '아이셰어스 MSCI 아랍에미리트(UAE)' ETF는 각각 9.20%, 6.60% 떨어졌다.
중동 시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한 잦은 무력 충돌과 원유 가격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 재정 등 고질적인 불확실성이 투자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AI 시대를 둘러싼 미·중 기술 경쟁 리스크가 부각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가 중동에 대규모 AI 가속기를 수출하는 데 필요한 라이선스 발급을 지연시켰다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 수출 금지에 이어 중동 수출 제한이 추가 리스크로 고개를 들자 엔비디아 주가도 이날부터 이틀간 4.55%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은 미국 측 조치가 중국이 사우디 등의 중동 주요국 AI 기업을 통해 미국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우회 접근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사우디 측은 작년 11월 중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아시아 증시에서는 처음으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사우디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남방동영사우디 ETF'를 출시하는 등 중국 친화 행보를 밟아왔다.
한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UAE의 아부다비투자청이 설립한 AI 기업 G42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지분투자한다는 계약을 올해 4월 15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겸 사장이 G42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아마존이 투자한 '오픈AI 대항마' 미국 앤스로픽이 148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사우디의 투자를 받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서는 중동이 미·중 AI 산업 각축장으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0월 오픈AI는 UAE와 파트너십을 맺은 후 최근에는 대만 TSMC를 끌어들여 AI용 반도체 공동 개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올해 4월 사우디에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53억달러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달 초 IBM은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AI 플랫폼인 왓슨x 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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