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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을지로 일대 '15만' 퀴어축제…"벽 허무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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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추산 15만 참석자 몰려

을지로입구역~종각역 일대서 개최

성소수자부모모성평등교사 등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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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4.06.01.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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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선정 오정우 기자 = 맑은 날씨를 보인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주최 측 추산 15만명이 참가한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오후 2시께 을지로입구역과 종각역 일대는 퀴어 축제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올해 퍼레이드를 상징하는 색깔인 주황색 풍선과 무지개색 깃발 등이 거리를 가득 장식했고 서울대, 경희대 등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를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사관이 운영하는 부스 60여개도 차려졌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 속에도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스카프, 리본 등을 몸에 두르거나 부채를 들고 축제를 즐겼다.

얼굴에 무지개 모양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거나, 이번 축제 슬로건인 '예스 퀴어' 등 성소수자 지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참여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누볐다. 커플, 외국인 관광객, 가족 단위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양선우(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오늘만큼은 주인공인 우리들이 여섯 빛깔 무지개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오색찬란한 플래그들을 펄럭이며 서울 한복판을 우리의 자긍심으로 수놓아 보자"며 "오늘만큼은 차별을 설명해야 하는 서러움이 아닌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우리가 숨 쉬고 존재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증명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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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일 서울 종로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4.06.01.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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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30대 중반 조모씨는 성소수자인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찾았다. 조씨는 "내가 동성애자인 사실을 오래 전인 중학교 때 알았다. 오늘 행사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이 행사에서만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프리허그 봉사자인 김모(54)씨는 "이 축제를 통해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사회 소외계층들에게도 다양성이 넓어지고 벽이 허물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고백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다양성이) 넓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고 했다.

병목 현상이 나타날만큼 많은 인파로 인해 발길을 돌린 커플도 있었다. 3년 전부터 동성 연인과 연애해 곧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 조모씨는 "오늘 사람이 많아 레즈비언상담소를 가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자녀를 지지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한 부모들도 있었다. 성소수자부모연대 소속으로 '국화향기'라는 활동명을 쓰는 A(52)씨는 "딸이 스무살이 되고 레즈비언이란 사실을 커밍아웃했다"며 "기독교 신자였던 내가 딸 손에 이끌려 부모연대 모임을 가니 50명이나 있었다. 이런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 소수가 아니구나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성애를 비난할 수 없다"며 "대만에서는 2004년부터 간성(양성의 신체적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 대한 부분을 교육한다고 들었는데 한국도 이처럼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축제에 나온 성평등 교사 황모(38)씨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르치기 힘든 현실을 지적했다. 황씨는 "성 정체정에 대한 교육이 아예 '제로'다. 기초교육이 전혀 없다. 졸업한 뒤 아이들이 자신이 성소수자였다고 고백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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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일 서울 종로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2024.06.01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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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퀴어축제는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 일대에서 열리게 됐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잔디밭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축제가 열린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2017년부터 꾸준히 퀴어축제에 참여했다는 윤모(30)씨는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좀 아쉽다. 원 방향으로 광장을 써야 좋은데, 도로 양방향이라 사람들이 너무 몰린다"고 말했다.

성평등 초등학교 교사 황씨도 "2016년부터 축제에 왔는데 지난 3~4년 간 좀 폐쇄적으로 정책이 바뀐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축제 장소 근방을 찾은 시민 최모(50)씨는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다.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허가하지 않는 것은 혐오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중구 세종대로에서는 퀴어축제 반대 맞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민단체 '거룩한 방파제' 등 집회 참가자 1만5000여 명이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충돌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newsis.com, frie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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