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측 '횡령금' 주장했지만…법원 '약속어음' 통해 SK 전달 인정
시간 흘러 자금의 불법성 실체 확인·추징은 사실상 불가능할 듯
"최태원, 노소영에 1조3천808억 현금으로 재산분할"…역대 최대 |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이영섭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의 존재가 딸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30여년 만에 새로 드러났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 돈이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이었다는 점을 규명하거나 추징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 약속어음·김옥숙 '선경 300억원' 메모, 1조3천억원대 재산분할 이끌어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전날 역대 최대인 1조3천808억원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현금으로 분할하라고 선고하며 이 자금에 대한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과 메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이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이다. 여기에 '선경 300억원'이 쓰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메모와 어음을 증거로 제출하며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는 대신 최 전 회장은 담보로 선경건설 명의로 이 어음을 전달했으며, 이 돈이 1991년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 액수를 1심의 20배 수준으로 높였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형사사건의 최 전 회장 진술을 토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확보한 노 전 대통령이 과거 돈을 돌려보낸 상황에서 이런 약속(활동비)을 하면서 약속어음을 받았다는 것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 도착한 고인 영정과 운구차량 |
◇ 32년 전에도 의혹 제기…盧측 '비자금 맞다' 인정에도 환수 사실상 불가
최종현 전 회장의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은 인수 이듬해부터 제기됐다.
비자금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1995년에도 김 의원은 "자금조성내역은 현금 68억원, 채권매각 317억원, 주식매각 16억원, CD(양도성예금증서) 매각 236억원 등 모두 637억원이었다"며 "이 중 채권과 주식의 실소유자가 전직 대통령(노 전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1995년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 전 회장을 조사했지만, 그 자금 출처를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까지 연결하지는 못했으며 추징금 2천628억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첫 의혹 제기 32년 만에 비로소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비자금이 맞다고 시인한 셈이다.
일단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나 최 전 회장이 모두 사망했고 소멸 시효 문제도 있기에 수사 기관이 비자금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나서기가 어려운 상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에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공소시효(5년)도 한참 지났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태평양증권의 매입 자금은 선경 계열사에서 조달한 돈, 즉 횡령금이라며 비자금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관련 자료가 없다며 이 주장을 배척했지만, 이 자금이 비자금이 맞는지 여부까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비자금으로 확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를 추징하거나 환수할 방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면 환수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최종현 SK회장 영결식 거행 |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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