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자궁경부암 백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접종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세영 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전 세계 암 5%, HPV가 원인

남성 구인두암, 자궁경부암 추월

남성, 여성보다 감염에 더 취약

백신 접종 시 100% 항체 생성

한국, 백신 지원책 낙후…대책 시급

“이비인후과 의사가 무슨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강조하냐구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요즘 남성에서 부쩍 늘고 있는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한국MSD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9의 국내 출시 9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HPV 관련 암 발병 증가세를 강조하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가다실9은 현존하는 HPV 백신 중 가장 많은 9가지 HPV 유형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스포츠월드

이세영 교수가 HPV 감염이 두경부암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MSD


실제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에 의한 것이다. 2018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분마다 1명 꼴로 HPV 관련 암을 진단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에 HPV 감염과 자궁경부암의 관계가 처음 확인됐고, 1985년 두경부암 조직에서 HPV가 검출되는 등 관련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HPV에 의한 남성의 두경부암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두경부암은 이비인후과에서 진료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뇌와 눈을 제외한 얼굴의 점막, 입속·콧속·목속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비인두, 구인두, 편도암, 후두암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세영 교수의 도움말로 남성 건강을 위협하는 HPV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HPV는 어떤 바이러스인가.

“HPV는 피부와 점막의 편평상피에만 나타나는 바이러스로 약 200가지가 있다. 대부분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피부에 나타나는 것은 사마귀이고, 점막에 유발되는 게 암으로 이어진다. 주요 전파 경로는 성관계. 성별에 상관없이 파트너에게 전파된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 백신이다. 남녀 모두 접종해야 HPV 관련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 추이는.

“우리나라 두경부암은 연간 5600케이스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4300케이스가 남성이다. 실제 남성암 중에서 7위로 낮은 인지도에 비해 빈도가 높다. 지난해 대한이비인후과 발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 증가했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두경부암의 주요인은.

“유전, 술, 담배 등이다. 두경부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다면 담뱃갑을 보시면 된다. 담뱃값 사진의 반이 두경부암 경고 사진이다. 두경부암의 전통적인 위험 인자는 흡연이기 때문이다.”

-HPV가 두경부암의 새로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20년간 국내에서 HPV에 영향을 받는 인두암은 2배, 편도암은 정확히 3배 증가했다. 이미 2007년 편도암의 4분의 3이 HPV에 의해 발생했고, 구강암의 3분의 1도 HPV에 의해 유발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는 남성 HPV 원인 구인두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을 추월한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여전히 HPV에 의해 발병되는 질환 1위는 자궁경부암이다. 언젠가는 자궁 경부암을 뛰어넘지 않을까 싶다.”

-증가세에 비해 정작 두경부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일단 질환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배우 김우빈, 마이클 더글라스 등이 각각 비인두암과 편도암을 겪으면서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알려졌다.

선별 검사가 불가능한 것도 질환 인식에 불리한 점이다. 편도선암을 예로 들자면 조직이 주머니로 된 형태다. 여기서 암이 발생하더라도 조직을 아무리 긁어도 여기에 있는 암세포가 발견이 안 된다. 구조적으로 선별 검사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두경부암의 주된 희생자는 한참 왕성하게 일할 50대 언저리의 남성들이다. 바이러스가 들어온 뒤 20~30년 뒤 암이 생기는 식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통적으로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 흡연을 조절해야 되는 게 우선적으로 권고됐다. 지금도 이들 이슈는 중요하지만 HPV 조절도 떠오르고 있다. HPV 조절법은 두가지다. 감염이 되지 않게 하거나 예방하거나. 하지만 감염이 되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사람이 생식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결국 HPV 백신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된다는 의미다.”

-결국 남자도 HPV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남성은 HPV 감염에 여성보다 훨씬 취약하다. 또 두경부암은 자궁경부암 등과 달리 암 이전에 생기는 병변이 없어 스크리닝 검사도 불가능하다. 어느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게 된다.

두경부암 치료도 쉽지 않다. 턱이나 혀를 잘라낸다든가 이런 수술을 통하게 받고 환자들은 굉장히 힘들어하신다. 기능도 떨어지고, 말을 못하게 되고, 음식 섭취가 어려워진다던지 삶의 질이 떨어진다. 자궁경부암처럼 두경부암도 백신접종을 통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이 HPV 감염에 취약하다는 점이 놀랍다. 이유는.

“여자는 HPV에 감염되더라도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자는 덜하다. 입 속 HPV가 저절로 없어지는 비율이 여자는 90%가 사라지는데 남자는 70%만 없어진다. 그러니까 바이러스가 오래 잔존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암에 걸릴 우려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또 여자들은 한 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되는데, 남자들은 항체 형성이 20~30%에 그친다. 다행인 것은 남녀 모두 백신을 맞을 경우 100% 항체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HPV에 취약한 남성, 감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1순위는 당연히 백신접종이다. 그리고 건전한 성생활이다. 재밌는 데이터가 있다. 성 접촉 파트너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HPV 감염이 더 잘 된다고 돼 있다. 여성은 파트너 수가 5명 이상이 되면 정점에 이른다. 이 다음부터는 아무리 파트너 수가 늘어나도 HPV 감염이 늘어나지 않는다. 반몀 남성은 파트너가 15명이 될 때까지 감염이 계속 감염이 이어진다. 이를 유념해야 한다. 담배도 끊는 게 좋다. 흡연할 경우 구강 내 HPV에 더 많이 노출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가다실9’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하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아직 여성 청소년에 한해 HPV 2·4가 백신 접종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세계적 추세와 비교하면 한국의 HPV 백신 지원 정책은 한참 뒤쳐진 상황이어서 안타깝다.일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8개국 중 33개국이 남녀 모두에게 HPV 접종을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28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제공한다.

OECD 가입국 중 2가 또는 4가 백신을 여성청소년에게만 무료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 멕시코, 코스타리카 3개국뿐이다. 유럽암기구도 2030년까지 90%의 남녀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의 접근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백신 투여만으로 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데 이를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은 심하게 말하면, 직무유기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HPV 백신 대상을 남성 청소년으로 확대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빠른 시일 내 NIP 대상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