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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두산중공업 로고에 '녹색' 칠한 기후단체…대법 "재물손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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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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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중공업 로고에 '녹색' 칠한 기후단체

석탄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며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 사명이 적힌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기후 활동가들을 재물손괴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오늘(30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와 이은호 활동가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형물의 용도와 기능, 피고인들 행위의 동기, 조형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조형물의 효용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은 2021년 2월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두산에너빌리티 사옥 앞에서 이른바 '그린 워싱'을 비판할 의도로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려 재물을 손괴하고 허가받지 않은 옥외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현수막을 들고 "기후 위기 시대에 '그린 뉴딜' 최대 수혜기업으로 선정되고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 상황을 더는 묵인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이들은 조형물에 뿌린 수성 스프레이는 이후 미리 준비한 물과 스펀지로 세척했습니다.

법정에서 두 활동가는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을 저지해 베트남 주민의 건강상 피해 및 생태계 오염을 방지하고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1·2심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기후 위기를 알리는 표현의 수단으로 이 사건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바로 세척했다"며 "여기에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쉽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조형물 자체가 야외에 있어 자연스럽게 오염·훼손될 수 있는데, 문자를 지지하는 하단 대리석 부분에 일부 스프레이가 남은 것만으로는 조형물의 기능이나 미관에 손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앞서 회사 측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손해발생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오늘 활동가들이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행위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로 이 같은 낙서 행위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안마다 유·무죄는 달라질 수 있다"며 "도로에 스프레이를 뿌려 차로 구분 및 지시 표시 등 기능에 효용을 해하였다면 재물손괴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연합뉴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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