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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전문의 칼럼]가족계획 중인 부부라면 난임 검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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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학천 잠실차병원 원장


21일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부부의 날’이었다. 하지만 ‘둘’을 넘어 ‘셋’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부부들이 있다. 바로 난임 부부다. 매일 난임 부부를 마주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가정의 달인 5월은 마냥 행복하기보다 난임 치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달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난임은 피임하지 않고 12개월 이상 주기적인 성관계를 유지하는데도 임신에 실패하는 남성 또는 여성의 질병이다. 난임의 원인은 스트레스, 비만, 흡연, 환경호르몬 영향 등으로 다양하며 특히 결혼 인구 연령 증가와 관련이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 난임 진단자는 24만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26% 증가했다.

정부는 2006년 ‘난임부부 지원 사업’을 도입해 저소득층에 난임 시술비 일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따라 운영되던 난임 시술 지원 사업이 올해부터 개편돼 사는 지역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게 됐다.

진료 현장에서도 과거에 비해 40세 이상 부부가 급격히 늘고, 이에 따라 시험관 시술이 급증하는 걸 체감한다. 임신 시도 연령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반복되는 착상 실패나 유산, 기형아 임신을 예방하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받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더불어 결혼 전이나 임신을 미루고자 하는 기혼여성의 경우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 또는 배아 동결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1일부터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 사업’을 통해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에게 소득과 거주지에 상관없이 난소기능검사, 정액검사 등 필수 가임력 검사 비용을 지원한다. 임신 준비에 앞서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예방 차원에서 난임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젊은 부부는 대개 난임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산전 검사 후 빈혈, 만성질환, 부인과 질환 등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임신 계획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선제적으로 가임력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합계출산율과 난임 시술자가 각각 최저치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난임은 더 이상 특정 연령,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난임 여부를 일찍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만큼 부부가 한 번쯤 병원을 같이 방문해 가임력을 확인하고 선제적 관리에 나서길 권한다.

이학천 잠실차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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