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종부세 폐지” 주장 왜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 모(72)씨가 더불어민주당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20만원 대였던 종부세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2022년 300만원 대로 뛰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해 80만원 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이다. 이씨는 “연금 빼고는 변변한 소득도 없는데 종부세만 늘었다”며 “노무현 정부가 만들고, 문재인 정부가 확대한 종부세를 내는 한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30일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거야(巨野)를 중심으로 종부세 폐지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찐명(진짜 이재명계)’으로 분류되는 박찬대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등이 잇달아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완화)를 언급하면서다. 종부세 완화 기조에 ‘부자 감세’ 프레임을 걸어 반대하던 기조에서 돌아섰다. 오히려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늘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가 신중한 모양새다.
야당이 달라진 건 부동산 표심(票心)을 의식해서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33만2000명에서 2022년 119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주택 보유자에서 종부세 납부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4%에서 8.1%로 뛰었다. 정권이 바뀐 뒤 지난해엔 종부세 대상자(41만2000명)가 크게 줄었다. 대상자 중 1주택자(11만1000명)가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이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극소수 부동산 부자에게 부과하는 취지에서 도입한 종부세가 서민·중산층 1주택자까지 부담을 주는 세금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변심은 수도권 ‘중도·보수’ 지대로 세력을 넓히려는 정치적 득실에 대한 계산도 깔렸다. 야당은 4월 총선 당시 압승하긴 했지만, 서울 곳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치렀다. 일명 ‘한강 벨트’로 불리는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이외에 용산·마포갑·동작을에서 고배를 마셨다. 양천갑·영등포갑·동작을·중성동을·강동갑 등에선 가까스로 이겼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 구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강남구(10만4259명), 서초구(7만4291명), 송파구(8만1895명)가 단연 많지만 양천구(3만1514명), 마포구(2만6082명), 용산구(2만6029명), 강동구(2만4329명), 영등포구(2만4222명), 성동구(2만2942명), 동작구(2만1424명)도 2만명을 넘겼다.
김형준 배재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민주당이 종부세 폐지를 꺼내 든 건 고령화·보수화 흐름이 가속하는 한강 벨트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며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부동산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일단 공감하면서도 ‘경계 모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한다”면서도 “1가구 1주택자와 다주택자 이슈가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28일 “야당의 입장 변화를 환영한다”면서도 “1주택자 종부세 면제는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종부세를 완전히 폐지하면 부동산 교부세를 전액 지방에서 쓴다는 점에서 세수(국세 수입)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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