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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가디언 “이스라엘, 정보기관 동원해 10년간 ICC 검사장 등 도청하고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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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ICC 합류 후 이뤄져”…이스라엘은 부인

이스라엘이 자국 정보기관을 동원해 약 10년 동안 국제형사재판소(ICC) 전현직 검사장을 도·감청하고 협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ICC의 팔레스타인 문제 조사를 방해하고 이스라엘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추정되나,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내 정보국 신베트,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 군 정보국 아만, 사이버 정보국 8200부대 등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ICC 직원들의 통화·메시지·e메일 및 문서를 가로채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에 관한 수사 정보를 파악하고, 담당 검사를 위협하고 염탐해 수집한 정보를 총리실 등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활동은 팔레스타인이 ‘ICC에 관한 로마규정’에 가입을 신청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정황은 가디언과 독립언론 ‘+972매거진’ ‘로컬콜’의 공동 취재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의 ICC 합류가 이스라엘에는 큰 위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ICC 회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ICC의 조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이 파투 벤수다 전 ICC 검사장을 협박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벤수다 전 검사장은 2015년 1월16일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했는데, 다음달 그의 집으로 두 남성이 찾아와 현금 수백달러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든 봉투를 전달했다. 소식통은 이 사건을 두고 ICC가 “이스라엘이 벤수다 전 검사장에게 ‘네가 사는 곳을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이 그와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쪽과 했던 통화를 정기적으로 염탐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2017~2019년 열린 ICC와의 비공식 회담에서 유용하게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벤수다 전 검사장은 예비조사를 종료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모두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작전이 실패한 것이다.

지난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검사장도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감청 내용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에 칸 검사장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네타냐후 총리는 영장 청구가 다가왔다며 “자유세계 지도자들이 단결해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보당국은 칸 검사장과 직원들의 e메일, 첨부파일, 메시지도 가로챘다. 칸 검사장은 영장을 청구하며 “ICC 직원을 방해·위협하거나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는 모든 시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ICC는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ICC에 적대적인 여러 국가기관이 정보 수집 활동을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어떤 공격도 ICC의 핵심 증거 자료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려는 거짓된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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