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ICC 합류 후 이뤄져”…이스라엘은 부인
2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내 정보국 신베트,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 군 정보국 아만, 사이버 정보국 8200부대 등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ICC 직원들의 통화·메시지·e메일 및 문서를 가로채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에 관한 수사 정보를 파악하고, 담당 검사를 위협하고 염탐해 수집한 정보를 총리실 등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활동은 팔레스타인이 ‘ICC에 관한 로마규정’에 가입을 신청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정황은 가디언과 독립언론 ‘+972매거진’ ‘로컬콜’의 공동 취재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의 ICC 합류가 이스라엘에는 큰 위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ICC 회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ICC의 조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이 파투 벤수다 전 ICC 검사장을 협박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벤수다 전 검사장은 2015년 1월16일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했는데, 다음달 그의 집으로 두 남성이 찾아와 현금 수백달러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든 봉투를 전달했다. 소식통은 이 사건을 두고 ICC가 “이스라엘이 벤수다 전 검사장에게 ‘네가 사는 곳을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이 그와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쪽과 했던 통화를 정기적으로 염탐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2017~2019년 열린 ICC와의 비공식 회담에서 유용하게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벤수다 전 검사장은 예비조사를 종료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모두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작전이 실패한 것이다.
지난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검사장도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감청 내용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에 칸 검사장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네타냐후 총리는 영장 청구가 다가왔다며 “자유세계 지도자들이 단결해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보당국은 칸 검사장과 직원들의 e메일, 첨부파일, 메시지도 가로챘다. 칸 검사장은 영장을 청구하며 “ICC 직원을 방해·위협하거나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는 모든 시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ICC는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ICC에 적대적인 여러 국가기관이 정보 수집 활동을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어떤 공격도 ICC의 핵심 증거 자료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려는 거짓된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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