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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미 "라파 전면 침공 본 적 없다" 눈 가리고 아웅…'레드라인'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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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서부 피난민촌 폭격에 국제사회가 격앙된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은 아니라고 시사해 고립을 자초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설정한 금지선을 넘지 않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이스라엘이 대규모 부대로 라파에 들어가 영토 대부분을 박살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우린 현시점에서 그러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반대해 온 라파에 대한 "전면 지상 작전"을 "대규모 병력을 정렬해 대형을 갖춰 지상의 여러 목표물에 대해 일종의 조직적 기동을 펼치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그러한 작전을 펼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최근 이스라엘의 라파에서의 지상 작전이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 철회를 촉발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여기서 말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정책이 변경되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 이번 라파 피난민촌 참사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직접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차적 폭발에 의해 발생했다는 이스라엘의 초기 조사 결과를 전하며 공습과 전면 지상 공격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날 언론 브리핑 및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틀 전 알 탈술탄 지역 공습은 알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에서 1.7km 떨어진 지점에서 수행됐고 제트기에 탑재 가능한 탄약 중 가장 작은 17kg 탄약 두 발만이 사용돼 "우리 탄약만으론 이러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킬 수 없다"고 해명했는데 이러한 취지를 거의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지점에서 100m 가량 떨어진 하마스 탄약 창고에서 2차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이날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레드라인" 관련 질문을 받고 현재 라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 작전은 이스라엘이 이전에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와 남부 칸유니스에서 벌였던 것과 규모 면에서 "다른 유형"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을 "레드라인"으로 언급한 바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엔 전면 침공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에 공격용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레드라인"에 대한 기만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의 딜런 윌리엄스 정부 부문 부소장은 27일 성명을 통해 "실수든 다른 이유든 피난처를 찾는 민간인 대량 살해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형식적 조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신의 말을 지키고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피난민촌 공격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규정할 수 없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미국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요 기부자들과 의회 정치인들의 압도적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레드라인"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칼레드 엘긴디 선임 연구원이 레드라인이 "이스라엘이 반드시 선을 넘을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계됐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지점이나 선"을 지정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 탓이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최근 라파 피난민촌 폭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맹비난과 대비되며 국제적 고립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라파 서부 탈 알술탄 피난민촌에서 45명이 숨지자 프랑스, 유럽연합(EU) 등은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하며 라파 공격 즉시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이 이번 피난민촌 참사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국제적 비난이 라파 공격 중단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크게 줄었지만 스카이뉴스는 이번 참사 뒤 유럽연합이 이스라엘 제재를 논의하기 시작해 경제적 측면에서 이스라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에 있어 유럽연합은 2022년 기준 전체 무역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같은 해 기준 이스라엘이 유럽연합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지상군이 라파 중심부로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목격자들과 현지 언론인을 인용해 28일 이스라엘군이 라파 중심부인 알아우다 로터리에 전차(탱크)를 주둔시켰고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인 조루브 언덕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집트로 연결되는 터널을 설치해 무기를 밀수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자국이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 내 피난민촌을 공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은 28일 라파 서부 피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12명의 여성을 포함한 2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의료진과 주민들은 해당 공격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을 향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은 부인했다.

밀러 대변인은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가자지구 중심부에 전차 진입 및 알마와시 공습에 대한 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라파 중심부 전차 진입 보도는 "확인할 수 없"고 알마와시 공습은 이스라엘이 부인했다고 일축했다.

프레시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중심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라파를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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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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