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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국회 종료일 '버저비터 거부권' 던진 尹 … 거리투쟁 나선다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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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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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하루 만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거부권의 유효성에 대해 논란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정부로 이송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15일간 재의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그 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문제는 21대 국회의 임기가 29일로 끝난다는 점이다.

만약 29일을 넘겨 30일 이후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가 이를 승계해 재의결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국회 임기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5일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법률로 확정된다는 학설도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혹시라도 일어날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거부권 행사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재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폐기된다.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의 경우 새로운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단순히 5년 연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날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각 소관 부처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4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가 없다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없다"며 "여야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강력히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대해서는 "피해자 의료비 지원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므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수인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고 처리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다 거부권을 쓰고 있다"며 "명백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가 신라시대 화백 제도인가. 만장일치가 아니면 결정을 못 하나"라며 "최선을 다해 토론해서 합의를 끌어내되,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정하는 게 민주주의의 원리 아닌가"라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오랜 시간 법안 통과를 기다려온 분들을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어 4개 법안만이라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말로는 민생이 최우선이라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말로는 청년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청년들을 울리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만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생을 포기한 대통령, 청년을 외면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전날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된 것을 놓고는 "그들 스스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다"며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진 자들이 범인이라는 자백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는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채상병 특검법 찬성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다음달 1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장외 집회를 개최한다. 서울 도심에서 열릴 대규모 집회에서는 정부·여당 반대로 특검법이 폐기된 것을 규탄하면서 여론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특검법 재추진을 밀어붙이는 데는 여전히 찬성 여론이 우위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 지형이 더욱 선명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에 달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21대 국회 때보다 재의결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 재적 의원 전원 출석 시 여당에서 8명만 이탈표가 나와도 재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게 된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여당의 반란표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에서 야당 의도대로 흐르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무산으로 폐기됐던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등도 22대 국회에서 즉각 발의할 방침이다.

[곽은산 기자 / 우제윤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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