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아닌 데도 고병원성 AI,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겹쳐 '긴장'
이달부터 과수화상병 지속 확산…13개 시군 30㏊ 피해
겨울철 주로 발생하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여름에 접어든 시점에 농장에서 확인된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4개월 만에 다시 발생해 지방자치단체와 농가에서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로 사과, 배나무 등에서 발생해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마르는 피해가 나타나는 과수화상병도 이달부터 확산세여서 농가 시름을 더하고 있다.
농정 당국과 농가에서는 예찰을 강화하고 감염나무 제거에 집중하고 있다.
ASF 발생 농장 통제 |
◇ ASF 4개월 만에 농장 발생…야생 멧돼지 감염도 지속
양돈농장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ASF가 4개월 만인 지난 21일 강원 철원 한 양돈농장에서 다시 발생했다. 그동안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됐으나 농장 발생은 올해 1월 경북 영덕군과 경기 파주시 확진 사례 이후 없었다.
당국은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계속 나옴에 따라 추가로 농가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석성균 강원도 농정국장은 29일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로 인해 도내 전역에서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엄중한 상황"이라며 "모든 양돈 농가는 임상 관찰과 방역 소독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인접한 강원 철원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3∼10㎞ 이내 방역대에 포함된 포천 14개 양돈농가에 대해 1차 정밀검사를 했으며 그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이 농장들에 대해서는 2차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역학 관계에 있는 농장이나 도축장에 대해서는 4주간 이동 제한을 실시하고 임상 예찰을 하고 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추가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 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ASF 방역 특별점검을 시행한다.
철원군과 인접한 경기 파주시·연천군·포천시, 강원 화천군 등 4개 시군 양돈농장을 대상으로 예찰, 소독 등을 강화하고 각 농장의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철새도래지 AI 방역 |
◇ 초여름인데 고병원성 AI…위기 경보 다시 상향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철새 이동 시기에 주로 발생하는 고병원성 AI도 여름에 접어든 이달 확인되면서 당국과 농가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남 창녕군 소재 육용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는 지난 2월 8일 충남 아산 가금농장 확진 이후 105일 만이다.
경남도는 발생 농장에서 기른 오리 2만2천여마리를 살처분하고 반경 10㎞ 방역대 안에 있는 가금 농가 311곳에서 키우는 닭, 오리 등 150만6천여마리에 대한 이동을 제한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은 없으나 당국은 고병원성 AI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감소했다고 평가하고 지난달 17일 위기 경보를 하향 조정하고 방역 관리를 평시 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발생 농장 인접 경북도와 고령군, 대구시와 달성군도 대책본부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고병원성 AI는 날씨가 추워지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유행하지만, 하절기에도 드물게 확진 사례가 나온다.
매몰 처리되는 과수화상병 사과나무 |
◇ 이달 들어 과수화상병 확산…전국 13개 시군 30㏊ 피해
과수화상병은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충북, 충남, 경기, 강원, 전북의 13개 시군 사과와 배 농가 51곳에서 발생해 30㏊의 과수원에서 피해가 났다.
충북에서는 지난 13일 충주시 동량면 소재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보름 만에 5개 시·군 36곳으로 피해가 확산했다.
지역별로는 충주 24건 5.9㏊, 음성 4건 7㏊, 제천 4건 1.4㏊, 단양 3건 0.8㏊, 괴산 1건 0.01㏊이다.
농정당국은 발생 과수원에 대해 출입 제한 조처를 내리는 한편 감염나무 제거와 생석회 살포, 매몰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농가의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인접 시·군 예찰을 강화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으려면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농가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농작업 때에도 도구 소독을 철저히 하고 다른 과수원 출입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충남지역에서는 지난 13일 천안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 확진 사례가 나온 뒤 천안·아산·당진지역 6개 사과·배 농가(5.59㏊)로 늘었다.
과수화상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예방약과 치료제가 없어 감염되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주로 5∼6월에 어린 과실과 가지에서 확인된다.
손변웅 충남농업기술원 지도사는 "초기에는 발병 주변 과원까지 매몰하는 등 일괄 폐원했으나 과수 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발병 나무가 많지 않은 경우 부분 제거를 하거나 가지를 쳐내는 방식으로 방역 대응 방침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서도 이달 중순 이후 화성, 안성, 양평 등 3개 시군 9개 사과·배 재배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고 강원지역은 철원 ASF에 이어 홍천에서 과수화상병까지 겹쳐 농가 시름이 깊다.
(이승형 전창해 양지웅 우영식 이정훈 박주영 김경태 오수희 허광무 고성식 전승현 기자)
h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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