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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당뇨병 관리, 명의뿐 아니라 ‘명환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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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인터뷰 [비만·당뇨 A to Z⑤]

당뇨병 관린…연구하는 의사, 실천하는 환자 필요해
당뇨병 환자 ‘맞춤처방·조기관리’, 최고 명약


이투데이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국내 당뇨병 환자 발생 추이와 질환 관리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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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모두 공부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을 극복하기 위한 관건으로 ‘동행’을 강조했다. 연구를 지속하는 명의, 자신의 증상과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는 ‘명환자’의 협동이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밑바탕이 된다.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환자를 배려해 식사 메뉴를 조율하고, 병원에서는 주치의와 타 진료과 전문의들이 다학제 협진으로 합병증을 관리한다. 한 가지 신약이나, 뛰어난 의사 한 명으로는 당뇨병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이 안 교수의 견해다.

본지는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안 교수를 만나 당뇨병 치료 및 관리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안 교수는 30년 이상 당뇨병, 대사증후군, 기타 호르몬 장애 환자들을 치료한 당뇨 전문가다. 현재 원내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소장 및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혈관대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당뇨병은 ‘짜거나 달게 먹어서’ 또는 ‘뚱뚱해서’ 걸리는 질병이라는 편견이 있다. 질병의 이름대로 단순히 소변에 당이 섞여 배출되는 증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안 교수는 당뇨병의 개념과 분류는 여전히 추가 연구가 필요한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과거에는 소아 환자가 존재하는 1형 당뇨를 ‘선천성’,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2형 당뇨를 ‘후천성’으로 불렀는데, 인슐린의 작용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슐린 의존형’과 그렇지 않은 ‘인슐린 비의존형’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인슐린 비의존형 환자도 인슐린을 맞게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치매와 관련이 있는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췌장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제3형 당뇨병’이 보고되는 등 새로운 발견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한 번 당뇨병 환자가 되면 영원히 환자로 살아야 한다고 알려졌는데,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소수 사례도 관찰된다”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안 교수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원인을 찾는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질병”이라고 덧붙였다.

정복하지 못한 질병이지만,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비교적 명확히 지목할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식습관의 서구화, 스트레스 증가, 운동량 감소가 한국인의 혈당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육류를 비롯한 고열량의 ‘정크푸드’가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된 것이 치명적이었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안 교수는 “한국인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인 췌장의 크기가 작다”라며 “영미권 등 서구 인종과 비교하면 췌장의 크기가 3분의 1 수준인데, 식사는 영미권과 똑같이 고열량을 섭취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췌장을 자동차 엔진에 비유하면, 현재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티코 엔진으로 육중한 벤츠 차체를 운용하는 것과 같다”라고 우려했다.

인종적 특성과 함께 급격한 고령화도 국내 당뇨병 환자 증가세를 가속했다. 췌장의 기능은 노화와 함께 서서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할수록 당뇨병 환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노화가 진행될수록 췌장도 늙는다”라며 “20대의 췌장 기능이 10이라면, 이후에 중장년층이 되면서 점차 9, 8, 7, 6으로 떨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20대와 60대가 똑같은 운동을 해도, 60대는 혈당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라며 “췌장 기능이 하락해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정상 범위로 관리할 경우 건강한 인구보다 더욱 오래 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혈당 관리를 위해 지속하는 운동, 식단 제한, 스트레스 관리 활동이 수명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서다.

안 교수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없애는 약이 다양하게 개발됐다”라며 “당 흡수를 억제하고, 심지어는 당뇨병 발병을 예방하는 기전의 백신에 관한 초기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과 유사한 ‘GLP-1’이 등장했다”라며 “인슐린은 과도하면 저혈당의 위험이 있지만, GLP-1은 혈당 상태에 따라 저절로 조절돼 저혈당 위험이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뇨병의 합병증이다. 실명, 당뇨발, 신경병증 등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하는 합병증이 찾아오면, 환자의 수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팩트시트를 보면 당뇨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1.55배로 높았다. 질환별로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심뇌혈관질환(1.56배), 암(1.3배), 심근경색(1.59배), 허혈성 뇌졸중(1.7배) 위험이 컸다.

안 교수는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저하돼 투석을 받는 환자들은 해외 여행은 물론이고, 가까운 국내 여행도 시도하기 어렵게 된다”라며 “40~60대는 아직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가족이 있는 경우 주요한 부양자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합병증으로 경제력을 상실하면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흔들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당뇨병이 있다고 반드시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또 당뇨병의 합병증은 한 가지씩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여러 부위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특정 증상을 조기에 포착해 관리하면, 다음 합병증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환자와 의사, 이들을 둘러싼 조력자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 상식 가운데는 당뇨병 환자에게 해당하지 않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라며 “환자가 의사와 지속적으로 상담해 자신의 특성을 숙지하고, 이를 적용해 자신만의 식사와 운동 계획을 세우는 능동적인 ‘명환자’가 되기를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안 교수는 “당뇨병이 있어도 겉으로는 건강한 사람들과 차이가 없는 환자가 많은데, ‘꾀병’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에 상처를 받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라며 “당뇨병 환자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투데이/한성주 기자 (hs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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