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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순직 훈련병, 24kg 군장 메고 300m 선착순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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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 비었다고 책 여러권 넣기도

“열사병-근육 손상 따른 사망 의심”

동아일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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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이틀 뒤 사망한 훈련병이 훈련 당시 24kg 안팎에 달하는 군장을 메고 연병장 내 선착순 달리기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군 수사당국은 “해당 부대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게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 과실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민간 경찰로 사건을 28일 이첩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 당일인 23일 오후 이 훈련병은 완전 군장을 한 채 보행-구보-팔굽혀펴기 등이 반복되는 훈련을 받았다. 이에 더해 약 300m 길이 연병장 한 바퀴를 돌아 선착순으로 돌아오는 훈련도 했다. 이는 육군의 군기훈련 규정에 없는 훈련이다. 이 훈련병은 동료 5명과 함께 선착순 달리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 현장에서 전투화 등 필수 물품으로 채워진 군장 내에 빈 공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교들 지시로 책 여러 권을 넣어 군장을 더 무겁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병은 쓰러진 뒤 다리가 시퍼렇게 변하고 진한 갈색 소변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병이 사고 직후 이송된 국립병원 및 민간병원에선 횡문근(横紋筋)융해증과 열사병 증상이 의심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숨진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

훈련 현장에는 초기엔 부중대장이 있었고, 중대장은 훈련 중간에 합류해 훈련을 지시·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중대장 등 2인이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정황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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