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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80달러대 유가에 ‘3고’ 한시름 놨지만…여름 날씨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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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국제유가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그리면서 이란·이스라엘 충돌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예상과 달리 배럴당 80달러 안팎을 지키면서 ‘3고’(고물가·고환율·고유가)에 시달리는 한국의 물가 리스크를 낮춰주는 양상이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3.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휴장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24일 기준 77.72달러다. 이는 두달여 전인 3월 초·중순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평균 유가(27일 기준)는 브렌트유 83.03달러, WTI 78.65달러로 전월 대비 6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달만 해도 일일 유가가 90달러를 넘기면서 연내 100달러 돌파 전망이 쏟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당분간 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고 80달러 안팎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앞으로 유가는 상방·하방 요인이 엇갈리면서 80달러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중동 정세 안정, 미국의 비축유 방출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영사관 폭격과 미사일·드론 공격 등을 주고받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확전으로 치닫지 않은 데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도 소강상태에 가까운 편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지난주 비축 휘발유 100만 배럴 방출 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름값 다잡기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류도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 2일 비대면으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의도 기존의 자발적 감산을 연장하는 수준으로 예상돼 유가엔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투자은행인 RBC 캐피탈마켓은 “최근 국제유가에선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소멸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호재다. 3고 중 환율·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유가라도 80달러 수준에 머무르면 3% 안팎인 물가 상승률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L당 1710원을 훌쩍 넘겼던 휘발윳값은 1680원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해 5월 국내 휘발유 가격이 평균 1630원 안팎, 두바이유 현물가가 75달러였던 만큼 이달 석유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피할 순 없지만, 그만큼 상승 폭을 줄인 셈이다.

또한 물가와 직결되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제조업 생산비 압박 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97.5달러로 오를 경우 전 산업 생산 비용은 0.7% 올라갈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여름 기후, 중동·우크라이나 정세 등이 유가의 남은 변수로 꼽힌다. 올여름 전 세계에 이상기후로 인한 최악 더위가 찾아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러면 냉방 등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 또한 각국이 복잡하게 얽힌 중동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언제든 돌출될 수 있다. 강천구 교수는 “지금도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안정적인 편이다. 이상기후와 물가 불안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 비축량 등을 미리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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