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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단독] 90%가 살충제 뚫었다…말라리아 '좀비 모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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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 말라리아의 날인 지난 4월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모기 분류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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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모기 활동이 급증하면서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질병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살충제에 내성(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올해 채집 모기 785마리 가운데 말라리아 매개 모기(얼룩날개모기)는 34개체(4.3%)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주요 활동기가 시작되는 6월을 앞두고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지난해 말라리아 감염 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올해 여름 말라리아 확산세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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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활동은 최근 들어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라리아 위험 지역(인천·경기북부·강원)에서 채집한 모기 중 얼룩날개모기의 밀도가 54%로 전년(25.8%) 대비 2배 증가했다. 8월에는 채집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울리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봄철의 잦은 비와 기온 상승으로 모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활동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는 모기가 전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의 유문등(불빛 유도) 모기 채집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1~3주에 채집한 모기는 429마리로 지난 10년 평균(186.8마리)의 2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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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에 질병청은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경기 북부 등 접경 지역에서 올해 서울 13개구와 서울을 둘러싼 경기 지역으로 확대했다. 서울시도 대응에 나섰다. 박주성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최근 모기 매개 감염병의 발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다양한 방식의 모기 조사 사업을 통해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매개 모기 90% 살충제 저항성 보유



문제는 국내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살충제에 내성(저항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여선주 서울대 대학원 의과학과 교수(열대 감염병 제어실)팀이 2022~2023년 경기도 북부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성충의 90% 이상에서 살충제 내성 유전자형 6종류가 검출됐다.

국내 우점종인 ‘중국얼룩날개모기(Anopheles sinensis)’뿐 아니라, 중국에서 주로 발견되는 매개 모기종인 ‘벨렌얼룩날개모기(Anopheles belenrae)’에게서도 살충제 저항성 유전자가 확인됐다. 여선주 교수는 “벨렌얼룩날개모기는 중국에서도 살충제 저항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발견된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살충제 내성 유전자가 국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보건당국도 살충제 저항성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모기 살충제로 쓸 수 있는 물질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화학적 방제에도 한계가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매개 모기가 많은 축사 주변에서 최대한 유충을 방제하거나 유문 등으로 유도하는 물리적 방제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2030년 말라리아 재퇴치 실행계획’에서 “살충제 저항성 조사로 화학적 방제 효율성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제 전략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WHO “기후변화로 말라리아 퇴치 어려워져”



기후변화로 늘어난 모기 활동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2022년 전 세계 말라리아 발병 사례는 2억 4900만 건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이전인 2019년보다 6.9% 증가했다”며 “기후변화로 말라리아 퇴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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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대구 남구보건소 방역소독기동반 관계자들이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각종 감염병의 매개체인 모기 등 위생해충 박멸을 위한 방역을 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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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저항성 문제 역시 말라리아와 전쟁을 더 어렵게 만든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 대학원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콩고 민주공화국의 말라리아 매개 모기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모기의 살충제 저항성이 증가하고 있어, 말라리아 제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콩고 민주공화국은 전 세계 말라리아 사망의 12%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인도·케냐 등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도 살충제 저항성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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