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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초격차’ 재건 내 손으로…‘올드보이’의 귀환 [CE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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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60년생/ 배재고/ 한양대 전자공학 학사/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1991년 LG반도체 입사/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 200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장/ 2009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201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장/ 2012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2014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2017년 삼성SDI 사장/ 2021년 삼성SDI 부회장/ 2024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전쟁 중 ‘장수’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전자는 5월 21일 반도체(DS)부문 새 수장으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64·부회장)을 임명했다. 최근 임원 주 6일제 근무를 내세우며 ‘군기 잡기’에 나선 데 이어, 사령탑마저 교체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닐 때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적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로 들어선 가운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미래 경쟁력에 힘을 싣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세계 최고’를 지향했던 삼성 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인텔 등 경쟁사 추격에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LG전자서 스카우트

요직 두루 거친 뒤 SDI 사장으로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임명하는 동시에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재배치했다. 반도체 수장 교체와 반도체 투자부문 강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현재와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손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다. 내부에서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LG반도체(1999년 옛 현대전자, 현재 SK하이닉스에 흡수합병)에서 근무하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옮겼다.

LG 출신이라는 꼬리표에도 삼성전자에서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된 이후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장(2001년),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2009년)을 거쳤다. 2012년 메모리사업부 핵심이라는 ‘전마(전략마케팅)실장’을 맡았고,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사장직까지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열린 조직’을 지향한다고 해도 LG 출신을 사장에 앉힌 건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메모리사업부를 맡았던 김기남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메모리 사업을 이끌 적임자는 전영현밖에 없다”는 말이 돌았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삼성SDI로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를 역임했다. 이 기간 동안 ‘K-배터리’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지난해 말 신설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다 앞으로 DS부문을 이끌게 됐다.

전 부회장은 군더더기 없는 업무 방식로 정평이 났다. 보고 자료가 화려한 파워포인트 형식으로 돼 있으면 “본질이 아닌 것에 뭐 하러 신경 쓰느냐”며 되돌려 보낸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요점만 분명하면 굳이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철학에서다. 대신 개발이나 제품 출고 일정 등과 관련한 숫자에 철저한 스타일이다. 또한 반도체 제조에 관한 한 양보가 없다고. ‘아무리 어려워도 설계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초격차 기술을 강조했고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을 일류로 이끌었다. 주변에서는 그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싸움닭 스타일의 정통 엔지니어’라고 평가한다.

HBM 주도권 회복 ‘절대 특명’

정기 인사 전 ‘임시직’ 시각도

능력을 인정받고 화려하게 돌아왔지만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 인사는 회사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점, ‘젊은 세대’가 아닌 ‘올드 보이’의 귀환을 택한 점은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

이번 인사 배경은 1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 반도체 사업 악화다. 삼성전자는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시절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올라선 이후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를 압도해왔다. 과거 이 선대회장은 LG카드가 1990년대 후반 삼성카드보다 회원 수에서 앞선다는 보고를 받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적 있었다. 이로 인해 한때 매각설까지 나왔다. 그만큼 이 선대회장은 ‘삼성=1위’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전 부회장이 책임지게 된 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위기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지난해 AI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전자가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를 대규모로 납품하는 등 거래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비해, 삼성전자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사업 호조에 힘입어 고부가 D램 생산량을 끌어올리며, 2022년 말 15%포인트 이상으로 벌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4%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과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DS부문은 전 부회장이 부문장을 맡으며 2021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부회장급 조직으로 격상돼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은 경계현 사장 이전에는 권오현 전 부회장과 김기남 전 부회장이 수장을 맡아 부회장급 조직으로 운영돼왔다. DS부문에 사장보다 높은 부회장급 리더십을 통해 확실한 무게감을 실어주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전 부회장은 우선 HBM 경쟁력 강화에 나설 듯 보인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에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보다 먼저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전 부회장의 제1의 과제 역시 HBM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뺏긴 주도권을 찾아 다시 ‘초격차’를 재건하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전 부회장 리더십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전 부회장은 등기이사가 아닌 상태로 반도체부문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나서야 한다. 경계현 사장이 사임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당분간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1인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인사 이후 삼성 내부도 시끄럽다. 삼성전자 관련 소셜 네트워크에는 “수장을 바꾼다고 HBM 사업 실기를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TSMC는 수십 년간 엔비디아와 신뢰를 쌓았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사람과 (엔비디아가) 무슨 약속을 하겠느냐”는 등의 직원 불만이 쏟아졌다.

한편, 물러난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 사장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이후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협의·이사회 보고 등의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삼성종합기술원(SAIT)장도 겸직한다.

삼성전자는 당장 후속 인사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내년 3월에는 이번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게 된 경 사장을 비롯해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연말 임원 인사폭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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