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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한반도 비핵화, 기존 한일중 정상회의와 달리 합의 수준 낮아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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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깊어진 갈등이 한일중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3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합의를 이뤘는데, 정부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27일 한일중 정상회의 종료 이후 대통령실이 배포한 공동선언에 따르면 3국은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3국이 한반도 비핵화 및 납치자 문제에 대해 일정한 의견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번에 비핵화 관련한 문구에서는 '완전한' 이라는 단어도 제외됐다.

직전 회의였던 2019년 제8차 회의에서 3국은 공동비전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8년 제7차 회의에서도 3국은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제6차 회의에서는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지정학적 변화와 미중 전략경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변화된 가운데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라며 "이런 현 상황에서 한일중 정상회의에서의 이 정도 합의는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8, 19년의 경우 당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가 있었는데 이를 회의에 담을 수가 없어 '검증가능'(Verifiable)과 '불가역'(Irreversible)을 제외한 '완전한'(Complete) 만 담았다"며 당시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나온 성명이 "CVID보다 낮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완전한'이 빠졌으니 낮다고 할 수도 있으나 상황이 변했다"며, 미중 전략 경쟁의 악화로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이전만큼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번 공동선언 합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 2018년의 경우 한일중 정상회의가 5월 10일 치러졌는데 이는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약 열흘 만에 이뤄졌다. 지금과 같이 남북 간 접촉이 끊기고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가 극심한 대립을 보이던 시기도 아니었다.

당시 한일중 3국은 '2018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까지 발표했다. 성명에서 3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공동 목표로 확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합의된 '한반도 평화, 번영 및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평가하고 환영한다"는 합의를 내놓기도 했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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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문구가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외교부는 "긍정적 노력을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단어 하나보다는 공동선언의 전체 맥락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중국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이 비핵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비핵화로 가는 경로나 방법의 문제에서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선언에서 비핵화와 납치자 각각의 문제를 '재강조'한다고 밝힌 데 대해 이 당국자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며 3국이 관련 내용에 대한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코바야시 마키(小林麻紀) 일본 외무성 외무보도관 역시 비핵화 문구와 관련해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에 대해 3국이 논의했다"며 "3국 정상이 모두 역내 평화와 안정성 및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는 문구가 공동성명에 들어갔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이같은 공동선언과 관련 <AFP> 통신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 등 핵심 사안에 대한 3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북러 간 관계가 깊어지고 있어 민감한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3국이 북핵 문제를 비롯해 여러 사안에서 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회의 개최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3국 회의에서 어떤 협정이 체결됐는지 상관없이, 이번 만남 자체가 그간 건설적인 관여뿐만 아니라 의혹과 갈등도 많았던 3국 간 관계 진전을 보여주는 징표로 비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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