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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ICJ '공격 중지' 명령에도···이스라엘, 라파 난민촌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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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명령' 안내리고 폭격···45명 사망

이 "정밀 탄약 사용해 합법적 목표 겨냥"

하마스, "대학살" 규탄하며 보복 선동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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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ICJ)의 가자지구 라파 공격 중지 명령에도 이스라엘군이 난민촌 공습을 강행하면서 사상자가 대거 속출했다. 앞서 이스라엘에 로켓을 무더기로 발사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번 공습에 반발해 대규모 보복을 선동하는 등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라파 서부의 탈알술탄 난민촌에 폭격을 가해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탈알술탄 난민촌은 2주 전 이스라엘군이 라파 지상전을 개시하자 동부에서 대피한 민간인 수천 명이 몰려든 곳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라파에 있는 야전병원에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파 공습에 앞서 탈알술탄 난민촌에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ICJ가 라파에서 군사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한 후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하마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정밀한 탄약을 사용해 합법적인 목표물을 겨냥했다”며 “이번 공습으로 하마스 고위 관리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군사작전 과정에서 민간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격으로 인한 화재로 해당 지역의 민간인들이 피해를 봤다는 보고를 받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스라엘 측은 ICJ의 명령이 라파에서 ‘표적화된 공습’은 허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CJ는 앞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생계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물리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차치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라파에서의 작전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ICJ의 요구는 라파에서 대량 학살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이번 공습을 ‘대학살’이라고 표현한 하마스는 “범죄자 점령군이 난민촌에 저지른 학살에 대해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점령지와 해외의 동포들에게 분노하며 봉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미국·이집트 등 중재국의 노력에도 당사국 간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난민촌 폭격에 몇 시간 앞서 하마스는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중부 지역을 겨냥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중장거리 로켓 10여 발을 쐈다. 하마스 측은 휴전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며 “중재국으로부터 협상 재개를 위한 새로운 날짜를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중동 정세가 격화하자 미국은 역내 ‘편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 정부가 수주 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형 무기 판매 금지를 해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중동 정책에서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이 절실해진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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