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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완전군장 구보에 팔굽혀펴기까지?…훈련병 '얼차려' 사망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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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군기훈련,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정황"

'얼차려' 규정에 완전군장 상태선 도보만 가능

팔굽혀펴기는 맨몸 상태에서만 1회 최대 20번

간부, 훈련병 이상 상태 알고도 꾀병 취급 정황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강원도 인제의 육군 신병 훈련소에서 한 훈련병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 규정을 위반한 무리한 훈련이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완전 군장을 한 상태에서는 구보(달리기)를 시켜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해 무리하게 구보를 시킨 것에 더해 완전 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27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숨진 육군 훈련병은 군기훈련 과정에서 규정과 다르게 1.4㎞ 거리를 구보하고 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말한다. 지휘관 지적사항 등이 있을 때 시행되며 ‘얼차려’라고도 불린다.

이를 규정한 육군규정에 따르면 완전 군장을 한 상태에서는 구보 대신 걷기만 가능하다. 걷더라도 1회 당 1㎞ 이내에서만 해야 한다. 팔굽혀 펴기의 경우 맨몸인 상태에서 1회 최대 20번까지 시킬 수 있다. 이날 육군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군기훈련 과정에서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정황이 일부 알려졌다”고 전했다.

단 “군 내 사망사고는 민간 경찰과 함께 조사한 이후 민간 경찰이 수사할지, 군에서 종결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구체적인 언급이 제한된다”고 했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사건의 경우 군 관련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 경찰과 검찰이 수사토록 하고 있다.

이데일리

훈련병들의 훈련소 수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출처=육군훈련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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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군인권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훈련병 6명이 22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23일 오후 경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고 한다”면서 “훈련병들이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건강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다른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집행간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집행 간부가 훈련병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하고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는 주장이다.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중대장 등 부대 지휘관들의 과실로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이어 장병들에 대한 군 당국의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숨지고, 소대장 1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육군은 전날 사망 훈련병에 대한 순직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순직을 결정하고 일병 진급도 추서했다. 순직자에 대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군과 민간 경찰은 이날 부검을 의뢰했다. 고인에 대한 장례는 유가족과 협의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훈련병들의 죽음을 면밀히 살피고 따져보겠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젊은이들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희생에는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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