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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기후악당’ 중국은 어떻게 재생에너지 선도국이 됐을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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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우루무치 지역의 풍력단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는 화석발전 규모를 앞선다. 가격도 재생에너지가 더 싸다. 포브스 통계를 보면 해당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35년 55%를 넘어서고 2050년엔 88%까지 늘어난다. 2022년 기준 전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의 40%가 이 국가에서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5660억달러(약 774조2880억원)에 달한다.

언뜻 보면 북유럽의 한 국가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는 이 수치들은 모두 중국을 설명하는 지표다. 2019년 한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국가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 ‘미세먼지 공장’ 등의 오명으로 불리던 국가였다. 지금 중국은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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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샤(Fu Sha) 중국 에너지대단 이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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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샤 중국 에너지재단 이사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향적 전환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정치가 가장 주요했다”고 말했다. 중국 에너지재단은 중국의 기후·환경·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 시민단체다.

푸 이사는 “2020년 전까지는 중국에서 기후변화가 중요한 의제가 아니었다”면서 “정부의 선언 이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정점(탄소피크)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쌍탄’ 목표를 제시했다. 시 주석의 선언 이후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관심사가 됐다고 한다.

쌍탄 선언 이후 중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2019~2023년 5년간 재생에너지 투자액 증가분만 하더라도 중국이 총 1840억달러(251조14000억원)로 가장 많았다. EU(1540억달러), 미국(970억달러), 일본(280억달러), 인도(19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보조금을 투입해 발전단가를 낮췄고,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푸 이사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지금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 중국 ‘저탄소 전환’ 촉진하는 에너지법 심사 돌입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404211551011


푸 이사는 “중국 에너지재단과 같은 비영리기구(NGO)들도 탄소 중립 선언에 일부 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역할이 더 컸다”면서 “통상 미국이나 EU의 NGO들에 비해 중국의 NGO들은 그렇게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재생에너지 부문의 경우 정부 주도로 NGO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즉, 시민사회로부터 출발하는 ‘다운탑’ 전략보다 정부 주도의 ‘탑다운’ 전략이 유효했다고 분석힌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없이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1.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정부에서 설정한 비중보다 9%포인트 낮아졌다. 탄소중립 문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했으나 그 이후의 감축 목표는 세우지 않고 있다.


☞ [전문]헌재에 울린 초등학생의 호소···“지금 하지 않으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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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이사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환을 이끌고, 시민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신규 개발 경로 내러티브’를 전파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에게 많은 경제적인 혜택이 생길 것이라는 내용”라면서 “한국 시민사회가 정책 입안자들이나 정치인들에게 비슷한 내러티브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자체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어 “일례로 에너지재단에서 중국의 여러 기관이나 싱크탱크를 지원하면서 중국의 장기 탄소 감축 전망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그 전망치를 바탕으로 정부가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면서 “비용과 타당성 조사 등도 종합해 정부에 제출했다.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일종의 자신감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그게 2020년 선언에 NGO가 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탈탄소 정책에도 여전히 한계점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EM)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년 사이 218GW의 석탄화력 발전 용량 증설을 승인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푸 이사는 “시 주석이 발표한 것처럼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석탄 소비 증가를 엄격히 제한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즉, 2025년까지는 석탄 소비가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지만 제15차 5개년 계획(2025~2030년)에는 석탄 소비가 본격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푸 이사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할 때는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해 원자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에서 원자력의 비중에 대해서 합의된 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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