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유치장’ 갇힌 김호중…이름 따 조성된 ‘소리길’ 처리에 김천시 처리에 고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이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그의 이름을 따라 조성된 ‘김호중 소리길(김호중길)’을 두고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토요일(25일) 경북 김천시 김호중길은 주말을 맞았으나 관광객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근 관광명소인 연화지도 조용한 분위기였다.

김호중길은 2021년 김천시가 2억 원을 들여 조성한 관광특화 거리로, 지난해에만 10만명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화지에서 정기 공연을 하는 공연자는 연합뉴스에 “지난주만 해도 팬 등 관광객이 꽤 있었는데, 이번 주말은 확실히 사람이 적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도 ”팬클럽 등록 한 사장님들이 많다”며 “팬분들이 많이 오니까 음식도 많이 먹고, 그분들 때문에 장사가 잘되고 고마우니 같이 회원 가입해서 공연도 보러 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활동할 수 있을 텐데 철거하면 손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화지를 찾은 한 관광객은 “(김호중이) 구속도 됐고, 범죄인의 길을 그대로 두면 관광지 이미지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김 씨가 아니더라도 원래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라 김호중길을 철거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김호중길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호중길 철거를 놓고 분분한 여론에 김천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천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철거를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김 씨가 구속은 됐지만 김호중길 철거 여부는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은 이번 주 중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넘기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김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계산,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바꿔치기 과정에서 김씨의 관여 정도를 살펴 '범인도피교사'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씨 변호인과의 일정 조율 등의 문제로 주말 동안에는 그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내달 3일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오는 31일 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해 김씨를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Widmark·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것)을 활용,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계산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직전 김씨를 상대로 한 마지막 소환 조사에서 김씨의 체중도 측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의 음주를 입증하기 위해 그의 걸음걸이도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채널A가 전했다. "평소에도 비틀거리며 걷는다"는 김씨 측 주장을 재반박할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직전 김씨가 비틀거리며 차에 타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소주 3병을 마셨다는 주요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술의 종류·양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달라질 텐데, 지금껏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정확한 음주량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특정한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이 수치를 특정할 수 없어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당시 경찰이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다.

경찰은 압수한 김씨 휴대전화를 분석, 운전자 바꿔치기를 비롯한 사고 은폐 과정에 그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사고 뒤 김씨 매니저인 30대 남성 A씨가 김씨의 옷을 대신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를 했는데, 김씨가 매니저에게 직접 자기 옷을 벗어준 만큼 영장 단계에서 일단 김씨에게 범인도피방조 혐의는 적용된 상태다.

경찰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씨가 허위 자수를 부탁하거나 지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범인도피교사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