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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드론·미꾸라지 4만마리… 철없는 모기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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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기 왕성… 지자체 퇴치나서

‘모기 때문에 요즘 하루 2시간씩밖에 못 잤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필동에 사는 주민 A씨가 중구의 모기 신고 전화 ‘소통폰’에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시간쯤 뒤 ‘모기 처리 요원’ 5명이 출동해 A씨 집 근처 맨홀과 빗물받이마다 살충제를 살포했다. A씨는 “올해는 5월 초부터 모기가 기승이라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 ‘꿀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중구는 지난 9일부터 문자 한 통이면 모기 방역을 해주는 ‘모기 퇴치 신고 처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주소를 찍어 보내면 2시간 이내에 모기를 박멸해 준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요즘 때 이른 모기 때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모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름 모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서울시 ‘모기 예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주택 지역의 ‘모기 활동 지수’는 66.6으로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날(40.4)의 1.6배 수준이다. 그동안 5월 역대 최고 기록은 2021년 5월의 63.1이었다.

서울시는 시내 54곳에 설치한 ‘디지털 모기 측정기’로 측정한 모기 수와 강수량, 기온 등을 종합해 매일 모기 활동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지수가 높을수록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5월 초부터 극성을 부리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드론을 띄워 방역 차량이 다니기 어려운 판자촌 등에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전남 순천시가 지난해 순천만국가정원에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를 푸는 모습. /서울 강남구·전남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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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상이면 ‘주의’ 단계로 보는데 아파트·주택 지역의 경우, 올해는 5월 6일 처음 50을 넘었고 이후 26일까지 주의 단계인 날이 15일이나 됐다. 이 역시 5월 역대 최다다. 한강 등 하천가는 모기가 더 많아 지난 22일부터 매일 지수가 최고치인 100을 찍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년보다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당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이달 들어 모기 채집기 1대당 평균 모기 수는 131.5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평균 17마리)의 7.7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93마리)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모기는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올봄에는 예년보다 비가 자주 내린 데다 기온까지 상승하면서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조성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모기 잡는 드론’도 등장했다. 드론에 살충제 탱크를 달아 방역 차량이 가기 어려운 곳에 살충제를 뿌린다. 인천 서구는 이달 초부터 매주 한 번씩 검단신도시 일대에 모기 잡는 드론을 띄우고 있다. 신도시 공사장 물웅덩이에 장구벌레가 득실거리는데 공사장 펜스가 높아 사람이 못 들어가기 때문이다. 충북 제천시도 의림지, 솔방죽 등 저수지에 드론을 띄워 살충제를 뿌린다. 서울 강남구는 길이 좁아 방역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구룡마을 등 판자촌에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핀셋 방역’에 ‘디지털 모기 측정기’를 활용하는 곳도 많다. 경북 구미시는 이 장비를 시내 16곳에 설치했다. 모기 수 정보를 지자체 서버에 바로 전달해 실시간으로 지역별 모기 밀도를 파악하고 방역에 나선다.

서울 노원구는 당현천에 공사 차량인 ‘스키드 로더’를 투입해 매주 하천 바위를 청소하고 있다. 스키드 로더 앞부분에 솔을 달았다. 노원구 관계자는 “바위 사이사이는 유속이 느려 장구벌레가 특히 많다”며 “이끼도 제거하고 장구벌레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천적 관계를 이용하는 지자체도 있다. 전남 순천시는 다음 달 순천만국가정원 등에 장구벌레를 잡아먹는 미꾸라지 3만9000여 마리를 푼다. 순천시 관계자는 “미꾸라지 1마리가 하루에 장구벌레 1000마리 이상을 잡아먹는다”며 “효과적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구미시는 공원과 캠핑장 등에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내뿜는 허브인 구문초를 심었다.

사람이 직접 소독약을 뿌리는 전통적인 방식도 유효하다. 서울 구로구는 이달부터 ‘모기 싹쓸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동별로 주민 2명씩을 단원으로 임명하고 고인 물에 소독약을 뿌리는 등 모기만 잡게 한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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