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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페이커를 사랑하는 MZ男, 우리은행을 주인님으로 부르는 이유는? [여기 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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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LOL 의 금융사 후원 효과 비교해보니

조선일보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라이엇 게임즈 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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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젊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e스포츠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국내 리그인 ‘LCK’에 낭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LOL을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미국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3일 초대 ‘전설의 전당’에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타 스포츠 ‘명예의 전당’과 같은 것으로 게임 뿐 아니라 스포츠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을 공식 선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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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2024에서 우승한 젠지. /라이엇 게임즈 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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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1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4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는 국내 리그팀 젠지가 중국 리그팀 빌리빌리 게이밍(BLG) 3대 1로 물리치고 우승했습니다. LOL은 한 해에 두 번의 국제대회가 있습니다. 이번 MSI와 지난번 국내에서 T1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MZ들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롤드컵’입니다. 젠지는 이번 대회가 첫 국제전 우승입니다. T1에 이어 젠지까지 연속으로 국제대회 우승을 이뤄내면서 명실상부 ‘LCK 전성시대’입니다. MSI, 롤드컵 모두 프로팀 대회지만, 이왕이면 한국리그팀이 우승하기 바라는 건 모두 비슷한 마음일 것입니다. 특히 LOL에서 한중전이란, 축구와 야구에서 한일전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LCK 팬들은 우리은행을 ‘주인님’이라고 부릅니다. 2019년부터 우리은행이 LCK 공식 후원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LOL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우리은행은 어떻게 LCK 후원을 맡게 된 것일까요?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네 번째 이야기는 ‘우리은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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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가 처음 열린 것은 2012년입니다. 당시 CJ ENM 산하에 있던 게임 방송 OGN에서 개최했습니다. 그러나 LOL의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는 2019년 직접 주최를 선언했습니다. 대회를 열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공식 스폰서를 잡아야 했습니다.

국내 대표 스포츠 프로 리그 공식 스폰서는 모두 금융사들이 맡고 있습니다. 한국프로야구(KBO)는 신한은행, 프로축구 K리그1은 하나은행입니다. 야구·축구에 비해 LOL의 인지도는 매우 낮습니다. 특히 최종 결정자인 임원진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 LCK의 공식 스폰서를 자처한 곳이 ‘우리은행’입니다.

당시 우리은행은 잠재 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해 유스 브랜드인 ‘스무살 우리’를 만들고는 마케팅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LCK 제안을 받고는 “이거다!” 싶었다고 합니다. LCK의 주 고객층은 10~35세 남성. 금융사들이 가장 마케팅하기 어려운 층으로 분류됩니다. 당시 대회 총상금은 2억9500만원.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기도 했습니다.

효과는 좋았습니다. 대회명도 ‘스무살우리 LCK’. 많은 MZ남들이 LOL 경기를 보기 위해 우리은행 앱을 설치했습니다. 우리은행은 2022년 기준으로 LCK 후원을 통한 자사 브랜드 노출 효과를 약 38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KBO 후원 효과는 연평균 2600억원, 하나은행의 K리그 스폰서 경제적 효과는 약 1969억원(2021년 기준)으로 추산합니다. “LCK가 가성비 좋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열린 LCK 스프링의 결승전 T1대 젠지의 경기 때는 전 세계에서 409만명이 시청했습니다. LCK는 국내 시청자수 못지 않게 해외 시청자수가 많기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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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발로란트 성수동 팝업 현장.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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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팬들의 후원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습니다. 게임이 상대적으로 핍박 받는 스포츠인 만큼 공식 스폰서가 사라지면 대회를 편하게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들을 안심시키듯 지난 2021년에 이어 또 한 번 2025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우리WON뱅킹 고등 LoL 리그’를 개최해 신인을 발굴하고, 지난해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 국가대표팀 후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LOL보다 더 어린 10~20대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신흥 e스포츠 종목 ‘발로란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e스포츠 대회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퍼시픽’ 스폰서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대회 중에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e스포츠 = 우리은행’이라는 공식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 팬들 사이에서 “우리은행님, 경기를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 사이 LOL은 광화문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질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것이 미래 가치 투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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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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