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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우주항공청, 사천서 27일 ‘개청’…‘뉴스페이스 시대’ 연착륙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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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 여건 아직 척박

발사체 분야 상대적 소외

민간 개발 활성화 미지수

경향신문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전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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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이 27일 경남 사천시에 문을 연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한국 최초의 ‘우주항공 전담기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마침내 닻을 올리지만, 과학계에서는 척박한 국내 우주산업 여건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총인원 293명으로 구성되며, 110명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연말까지 인력 충원을 끝낼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의 핵심 목표는 민간 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해 낮은 비용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것이다. 정부가 우주개발을 일일이 관리하는 ‘올드스페이스’의 반대 개념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내정자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과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민간이 상용 우주개발을 이끌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페이스가 열리면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기술이 등장한다. 그런 기술의 핵심은 ‘비용 저감’이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좋은 예다. 1㎏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때 스페이스X 발사체인 ‘팰컨9’을 쓰면 약 2700달러(약 360만원)가 들어간다. 기존 로켓들에 투입된 비용의 20~30% 수준이다.

이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의 효과다. 팰컨9 같은 재사용 발사체는 한 번 쓰고 바다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십번을 회수해 다시 쓴다. 임무를 마친 발사체가 공중에서 고도를 낮춰 사뿐히 지상에 내려앉는 기술을 개발했다. 발사체를 여러 번 쓰니 비용은 낮아진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기업 특유의 논리가 만든 성과다.

우주항공청의 목표도 스페이스X 같은 혁신적인 민간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지만, ‘순풍’이 불지는 미지수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전 한국항공대 교수)은 “뉴스페이스를 실천하려면 올드스페이스를 거치며 기술적 역량을 쌓은 기업들이 다수 존재해야 한다”며 “한국 여건은 그렇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 등이 펴낸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업의 우주산업 분야 매출은 총 2조9519억원이다. 같은 기간 스페이스X 한 개 기업의 매출인 약 46억달러(약 6조29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우주기업의 덩치가 너무 작다는 뜻이다.

게다가 국내 우주산업 매출의 78%인 약 2조3100억원이 ‘위성 활용 서비스·장비’ 분야에서 발생한다. 위성 방송통신이나 위성항법 사업 등에 국내 우주기업이 몰려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핵심 분야인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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