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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국은 웰니스 여행에 있어 매력적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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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년 넘게 호텔로 본인을 증명해온 사람이 있다. 호텔 전문가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다. 현재 메리어트그룹 컨설턴트로 국내 신규 호텔 개관을 맡고 있다. 한 대표는 미시간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건축을, USC 대학원에선 부동산 개발을 공부했다. 전 세계 메리어트·힐튼 등 글로벌 호텔 개발 현장을 누볐다. 2018년 한국에 돌아와 서울 '조선 팰리스', 판교 '그래비티' 등을 오픈했다.

최근 그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 복합문화공간 '원앙아리'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2021년 저서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과 지난해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 한국 호텔의 현주소와 호텔의 미래를 '웰니스'로 제시한 그에게 업계 현황을 들었다.

2018년부터 한 대표가 개관한 호텔은 16개로 한국 내 메리어트 호텔 수의 과반이다. 호텔은 관광 산업과 직결된다.

"관광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전 세계 평균 10%다. 한국은 겨우 2~3% 정도다. 남아 있는 7~8%를 할 수 있다는 게 기회다. 여행에서 진정성이 중요해졌다. '인생 목적이 일치한 곳은 찾아간다'는 생각을 가진 관광객이 주류를 이룬다."

호텔은 과거 귀족 살롱같이 특별한 장소로 여겨졌다. 국내 최초 호텔인 대불호텔은 일본인 사업가가 세웠고 1970년대 미국 자본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역사로 호텔은 성장보단 침체를 겪었다. 한국 호텔 산업의 문제점을 물었다.

"호텔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기에 재벌·자산가의 영역이란 인식이 있다. 한국 사람들 성격이 급하다(웃음). 투자를 하면 빠른 자금 회수와 수익을 보려고 한다. 다행인 건 호텔에 자산운용사들이 뛰어들었다. 호텔을 투자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그는 "고객이 어려워하면 호텔 오너 입장에선 상품을 개발할 동기가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럭셔리 호텔도 등급이 있다. '우버 럭셔리'와 '어퍼 럭셔리'다. 리츠칼튼 리저브·불가리·아만·더 페닌슐라·더 오베로이는 우버 럭셔리, 리츠칼튼·세인트 레지스·포시즌스·만다린 오리엔탈·로즈우드는 한 단계 아래인 어퍼 럭셔리에 속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만·불가리 등 우버 럭셔리급이 대거 진출해 있다.

"한국은 럭셔리 수준의 가격을 설정하기 어렵다. 럭셔리는 1박에 100만~150만원 쓰는 고객층이 두꺼워져야 한다. 럭셔리는 일반 호텔보다 투자비가 많이 든다. 객실 크기는 33㎡가 아닌 49~66㎡, 레스토랑 3개, 냉난방 시스템은 사계절 내내 사용 가능해야 한다. 투자비 회수를 위해 주 매출인 객실 가격이 높아야 한다. 한국 객실 가격은 낮다. 40만원대를 뚫은 것도 팬데믹 때다."

격조 있는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하향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 한 대표는 "광화문 포시즌스나 여의도 페어몬트를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한 모습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며 "브랜드 가치 구현과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호텔업계가 풀어야 할 문제로는 '호텔 오너의 진정성'과 '정부·지방자치단체 역할'을 꼽았다.

한 대표는 중국 최초 웰니스 리조트 '상하 리트리트'를 개발했다. 그는 웰니스 산업에서 한국의 막강한 가능성을 얘기해왔다.

"한국은 '영지(신성한 장소)'가 많다. 지리산 의미는 '지혜의 산'이다. 근처에 땅을 경계로 지상과 지하를 융합한 웰니스 리트리트를 만들 수 있다. 산나물·절 음식을 얹고 산과 관련한 설화까지 녹이면 방문객은 일원화된 경험을 누린다. 한국은 웰니스 여행지로 매력적이다.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다. 해외 주요 인사들과 매년 콘퍼런스에서 얘기한다."

가장 이상적인 '한국형 웰니스 시설'로 '프리패브 조립식 건축'을 꼽는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조립한 것을 얹는 방식이다.

"글로벌 체인 호텔이 지방 소도시에 들어가면 장점이 있다. 웹사이트에서 '한국'을 검색하면 호텔이 오지에 있어도 조회된다. 예약 시스템은 글로벌 망의 고속도로다. 자체가 굉장한 PR이다. 소도시에 해외 관광객 유입도 더 많아진다."

작년까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118곳으로 늘었다. 지자체의 절반을 넘는다. 한 대표는 해답이 '호텔'에 있다고 답한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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