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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엔비디아 공급 밀리는 삼성전자 HBM3E, 상반기 시장 진입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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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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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 테스트가 장기화하면서 5세대인 HBM3E 시장 진입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성능을 끌어올려 새롭게 테스트에 나서기 위한 설계를 변경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시점이 당초 계획인 '올해 상반기'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로이터는 지난 24일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엔비디아 납품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발열과 전력 소비로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발열 문제는 HBM의 핵심기술로 불리는 TSV(실리콘관통전극) 설계를 바꿔야 한다. TSV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 사이의 '데이터 엘레베이터'와 같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HBM 특성 상 위아래 D램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TSV공정이 필수다.

설계가 바뀌면 반도체 회로의 밑그림, 즉 틀이 되는 마스크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마스크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회로 패턴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는 유리판이다. 바뀐 마스크 설계에 맞춰 공정 셋업을 다시하는 것부터 반복해야 하니 수개월이 걸린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이미 2022년 6월부터 HBM3(4세대)를 엔비디아에 공급해왔고, 올해 3월부턴 HBM3E(5세대) 8단을 공급 중이다. 반면 현재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구형인 HBM2(2세대)와 HBM2E(3세대)에서 대부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HBM3과 HBM3E 8단과 12단의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를 계속해서 진행해왔지만 아직 결실이 없는 것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턴 6세대인 HBM4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전자는 4세대부터 계속해서 경쟁사에 뒤처지는 상황에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 HBM은 제품 하나당 마진율이 60% 이상인 고수익 제품이다. AI(인공지능) 열풍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반도체 시장 최대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납품 테스트 장기화로 내부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도 빨리 성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30여년간 글로벌 1등을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란 지위를 HBM 분야에서 경쟁사에 내줬다는 것이 박탈감과 무력감으로 이어졌단 해석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한 직원은 "SK하이닉스가 일류, 삼성전자는 이류라는 자조섞인 말이 유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어수선해진 사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지난 21일 DS 부문장을 전격 교체했다. 새로 임명된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 SDI 대표이사 출신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HBM 개발 속도전에 나서는 등 반도체 사업부체질 개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올해 1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2분기 내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목표대로 제 때 엔비디아 공급 테스트를 통과하고 양산을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단 계획이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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