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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 상을 성노동자에게"…콜걸 신분상승 로맨스, 칸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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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영화제 25일 폐막

황금종려상 미국 영화 '아노라'

중앙일보

영화 '아노라'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국 감독 숀 베이커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폐막식 후 상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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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性) 노동자에게 이 상을 바친다.”

25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아노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국 독립영화계 스타 숀 베이커(53) 감독의 수상 소감이다. 미국 브루클린의 여성 성매매 노동자가 러시아 갑부와 결혼해 시댁과 갈등을 겪는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올해 최고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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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노라'는 지난 21일 칸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상영과 동시에 올해 경쟁부문 22편 중 평점(스크린데일리 3.4(4점 만점)‧로튼토마토96%(100% 만점))에서 선두를 달렸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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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영화 ‘바비’(2023)의 미국 감독 그레타 거윅(심사위원장),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이 참여한 9인의 심사위원단은 “‘아노라’가 에른스트 루비치, 하워드 혹스처럼 관객을 의외의 방향으로 이끄는 고전 영화 느낌을 갖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를 비롯해 올해 수상작은 여성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바비' 감독 이끈 심사위원단, '우먼파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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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영화 '바비'로 지난해 전세계 최고 흥행을 거뒀던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그레타 거윅 감독(오른쪽부터)은 25일(현지 시간) 폐막식에서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건네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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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로 새로운 거장에 오른 숀 베이커는 아이폰 촬영한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 ‘탠저린’(2015), 칸 영화제 초청작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감독주간)·‘레드로켓’(2021, 공식경쟁)에서 트랜스젠더‧홈리스‧아동 등 사회적 사각지대를 감각적 영상에 담아 컬트 팬덤을 양산해왔다.

칸 수상 무대에서 그는 “매일 극장들이 문 닫는 현실이 무섭다”면서 “(이 수상이) 이러한 영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류 관객들에게 상기시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건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2011) 이후 13년 만이다.



멕시코 마약왕 성전환 영화…트랜스젠더 최초 여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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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의 성전환 수술 여정을 그린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프랑스 거장 감독 자크 오디아르(왼쪽부터)와 이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초 트랜스젠더가 된 스페인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취재진 앞에서 입맞춤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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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가 차지했다. 뭄바이의 두 간호사가 해변마을로 여행을 떠나는 성장담으로, 인도 영화론 30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는 당국의 추적을 피해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범죄단 두목과 그를 돕는 여자들을 그린 ‘에밀리아 페레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에 출연한 스페인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등 주연배우 4명은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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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감독 파얄 카파디아(맨 오른쪽)가 25일(현지시간) 제77회 칸영화제 폐막식 무대에서 영화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로 칸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출연 배우들과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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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된 가스콘은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모욕‧폄하 당하고 수많은 폭력에 희생됐다”며 "이 상은 권리를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칸 수상 경향 "정치보단 코미디·인류애"



감독상은 포르투갈 감독 미겔 고메즈의 ‘그랜드 투어’에 돌아갔다. 1917년 버마 대영제국 공무원의 약혼녀가 결혼식 전날 도망친 신랑을 찾아 아시아를 횡단하는 로드무비다. 각본상은 배우 데미 무어가 한물 간 스타 역을 맡아 전라 연기에 도전한 신체 훼손 공포영화 ‘더 서브스턴스’의 시나리오 작가 코랄리 파르자가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의 미국 배우 제시 플레먼스가 호명됐다.

데드라인 등 현지 외신은 “올해는 정치보다 코미디‧인류애가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수상 경향을 분석했다. 이란 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가 이란 정부의 억압을 한 가족 내 갈등에 담아 12분 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극찬받고도, 특별 각본상에 그친 것이 그 예다.



여배우에 히잡 안씌워 8년형 이란 감독,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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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라술로프 감독이 25일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특별 각본상을 받고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그의 이번 수상작 '더 시드 오브 새크리드 피그'는 여성 히잡 강제 착용에 반발한 시위 장면을 포함해 이란 정부의 억압을 가족 드라마로 그렸다. 라술로프 감독은 영화에서 여배우에 히잡을 씌우지 않은 죄로 이란에서 8년형 및 태형 등을 선고받고 유럽에 망명한 상태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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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아버지의 사형선고와 그에 반발한 딸들의 대립을 그린 이 영화는, 극 중 여배우들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라술로프 감독이 징역 8년형과 태형 등을 선고받은 뒤 유럽에 망명했다. 영화엔 히잡 강제 착용을 거부한 여성이 경찰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이 촉발한 이란 시위 영상도 포함됐다. 칸 영화제 상영 중 객석에선 “여성! 생명! 자유!”란 시위 슬로건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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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 사진 칸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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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간담회에서 라술로프 감독은 “나의 유일한 메시지는 이란 정부의 위협과 검열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통치 능력이 전혀 없고 공포 외에 무기가 없다”고 밝혔다.



'스타워즈' 루카스 껴안은 '대부' 코폴라



전 부문 출품작 중 최고의 데뷔작에 주는 황금카메라상은 노르웨이 감독 하프당 울만 톤델의 ‘아르망’(주목할만한시선 부문)이 받았다. 톤델은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과 노르웨이 배우 리브 울만의 손자다.

한편, 올해 명예황금종려상(공로상)은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 제작자이자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가 공동 수상했다. ‘스타워즈’ 오프닝 음악이 흐른 폐막식 무대에선, 명감독들의 명장면도 연출됐다. 올해 칸 경쟁부문에 신작 SF ‘메갈로폴리스’를 공개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루카스를 위한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루카스 감독은 그를 “친구이자 형제‧멘토”라 칭하고 부둥켜안으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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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명예황금종려상을 받은 조지 루카스 감독(왼쪽부터)이 시상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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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영화제에 한국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김동호 부산 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학생단편경쟁 ‘라 시네프’ 부문) 등 3편이 초청됐지만, 수상작은 없었다.

■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주요 수상 명단

황금종려상 = 아노라(숀 베이커 감독, 미국)

심사위원대상 =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파얄 카파디아 감독, 인도)

심사위원상 = 에밀리아 페레스(자크 오디아르 감독, 프랑스)

감독상 = 미겔 고메스('그랜드 투어', 포르투갈)

각본상 = 코랄리 파르자('더 서브스턴스', 미국)

남우주연상 = 제시 플레먼스('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아일랜드)

여우주연상 = 아드리안나 파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에밀리아 페레스', 미국)

단편 황금종려상 = 더 맨 후 쿠드 낫 리메인 사일런트(네보이사 슬리예프세빅 감독, 크로아티아)

황금카메라상 = 아르망(핼프댄 울만 퇸델 감독, 노르웨이)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 블랙 도그(관후 감독, 중국)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 더 스토리 오브 술레만(보리스 로즈킨 감독, 프랑스)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 = 더 댐드(로베르토 미네르비니 감독, 이탈리아), 온 비커밍 어 기니 파울(룬가노 니오니 감독, 아일랜드)

명예 황금종려상 = 배우 메릴 스트리프, 조지 루카스 감독, 스튜디오 지브리

특별 각본상 = 모하마드 라술로프('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 이란)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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