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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팔수록 손해’ 한전·가스공, 하루 이자 167억원…연간 4조~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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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이자로만 1.5조원 지출

‘싸게 쓴 세대’ vs ‘인상분 부담 세대’ 갈등 가능성

헤럴드경제

한국전력 전남 나주 본사 전경[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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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원가에 못미치는 가격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25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부채로 인해 올해 1분기에 하루 평균 167억원을 이자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에만 1조5600억원을 이자 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양사 재무제표에 따르면 1분기에 한전은 1조1500억원을, 가스공사는 4100억원을 각각 이자 비용으로 부담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로 2022년 이후 원가에 못미치는 가격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한 결과다.

작년 말 한전과 가스공사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각각 202조5000억원, 47조4000억원으로, 합산 250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부채 규모는 사상 최고치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전과 가스공사의 총부채는 각각 200조9000억원, 46조900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재무 위기 상황이다.

두 회사가 올해 1분기에 부담한 이자는 하루 평균 167억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 한 해 4조∼5조원을 이자로 지불할 수도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작년 각각 4조4500억원과 1조6800억원 등 총 6조1300억원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했다.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작년부터 비핵심 부동산 매각, 투자 시기 이연, 임직원 급여 반납, 명예퇴직 등 다양한 자구 노력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부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 2022년 이후 6차례의 전기요금 인상 덕에 '역마진' 구조에서는 벗어나 작년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2021∼2023년 원가 밑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쌓인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는 그대로 남은 상태다.

또 고환율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으로 영업이익 규모는 축소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3분기 2조원 수준이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조9천억원, 올해 1분기 1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 이후 약 40%의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도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은 한전에 비해 좋다고 할 수 없다. 여전히 원가의 약 80%만 받고 가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현재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천억원이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향후 받을 '외상값'으로 분류한 것으로 사실상 영업손실이다.

한전과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이자 비용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기·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차입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데,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만 하루 47억원에 달한다"며 "이자 비용 증가는 다시 요금 상승 요인이 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기 때 요금 인상을 억제하되, 추후 전기·가스 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리며 손실을 만회하도록 유도해 왔다. 시간을 두고 국내에 미칠 충격을 분산하는 정책인 셈이다.

물가 등 국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 이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뿐 아니라 그동안 싼값에 에너지를 소비한 이들과 향후 추가 인상분을 부담해야 할 이들이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이른바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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