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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희대의 브리핑 참사'이자 정책 실패, 왜 그랬나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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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직구 멸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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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합니다"
"승인되지 않은 제품은 해외 직구가 금지됩니다"
"개인적으로 혼자 자가 사용을 위한 직구를 금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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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목요일 저녁 기습적이고 전격적으로 나온 국무조정실의 합동브리핑은 이어진 주말 내내 전국을 뒤집어 놓았다. 23분간 진행된 브리핑에서 '금지·차단' 두 단어가 18번 나왔다. 이날 정부 합동 브리핑은 명확했다. '직구를 금지하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KC인증이 없는'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최근 중국에서 초저가에 넘어오는 물건에서 심각한 수준의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정책이 '직구 전면 금지'라는 건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아무리 그 취지를 생각한다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난 정책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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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도 이후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5월 19일에, 일요일인데도 급하게 해명 브리핑을 자청했다.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열리는 브리핑이었다. 브리핑 장소도, 브리핑 참여 부처도, 인원도 그대로였지만 내용만큼은 180도 달라졌다.

"국민 안전 위해를 차단한다를 강조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80개 유해 품목 직구 전면 금지·차단은 사실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직구 금지'를 대안조차 검토해 본 적이 없다"


그토록 명확히 굳은 다짐 밝히듯 여러 차례 강조했던 '직구 금지'가 오해라고 했다. 이 황당한 해명 브리핑에 취재진은 '무엇이 오해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본인들이 오해를 했다는 건지, 본인들은 제대로 얘기를 했는데 기자가 오해를 해서 알아들었다는 건지, 아니면 국민들이 오해했다는 건지, 무엇이 오해인지 명확히 해달라'. 국무조정실은 이 질문에도 거듭 죄송하다며 직구 금지는 사실이 아니란 답변만 계속했다.

국가의 정책을 어떻게 이렇게 엉터리로 알리고 시행하려 했는지 이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고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황당한 해명 브리핑 이후 언론에서는 '직구 금지 사실상 철회'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해당 정책을 추진하던 주체가 화들짝 놀라 '직구 금지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으니 마치 철회를 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성난 여론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철회한다'라고 확실히 못박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과 사흘 사이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정부의 입장이 180도 바뀌어 버리는 상황에서 정말 확실하게 '철회합니다'라고 못박아 말하지 않는 이상 또 어떻게든 '직구 금지'를 추진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밑에 깔린 것이다.

"6월에 바꾸겠다"... 도대체 뭘 바꾼다는 걸까



실제로 30분가량 이어진 해명 브리핑에서 국무조정실은 직구 금지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6월에는 '국민 안전을 위해' 무언가 하겠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이 브리핑만 들어선 도대체 정확히 6월에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유관 부서들에 직접 전화해 6월부터 무엇이 바뀌는지 취재했다. 먼저 국무조정실은 브리핑에서 6월부터 직구로 들어오는 물품들의 위해성 검사를 더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는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다. 크게 바뀔 부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보다도 더 철저하게 하겠다는 뜻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다음이 문제인데, 이렇게 위해성 검사를 해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검출된 제품은 향후 '차단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역시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만 놓고 봐서는 어떻게 차단을 하겠다는 건지, 당장 6월부터 차단을 하는 게 가능이나 한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은 주말 내내 이어진 항의 전화 때문인지 대부분의 담당 공무원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나마 연결이 되더라도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그 부분은 유관 부서들과 협의를 해야 결정될 수 있다' 등 애매한 답변뿐이었다. 당장 6월부터 위해 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차단하겠다고는 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나 규정 등은 전혀 마련된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세관...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나마 집행 부처인 관세청은 대안을 내놓았다. 지금도 위해성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제품은 통관 절차에서 걸러내는 작업은 하고 있다는 게 세관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구 물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직원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데도 일 처리를 제때 다 하지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데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직구 물건 차단 같은 새로운 업무가 부과됐을 때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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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직은 대대적인 발표만 있었지, 어떻게 물건을 차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 예를 들어 중국에서 들어오는 곰돌이 인형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봉제인형이라는 범주 전체를 차단할지, 발암물질이 검출된 그 곰돌이 인형만 차단을 할지, 아니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완구류를 차단할지, 아무런 지침이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세관은 그나마 유해물질이 검출된 특정 곰돌이 인형을 찍어준다면 그걸 찾아내서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봉제인형이란 카테고리 전체를 금지시켜라'는 식의 애매하고 광범위한 지침은 사실상 시행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관은 위해 물질이 발견된 물건을 구매한 테무나 알리 내의 URL주소로 해당 업체에서 만드는 제품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세관신고서에 해당 물건을 판 업체의 URL주소 정보까지도 기입을 하도록 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위해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구매한 URL만 가지고도 해당 업체에서 파는 물건들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관 측은 2026년 이런 시스템을 완성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정작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무조정실 브리핑에서는 이런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문제는 인력인데, 국무조정실은 이번 브리핑에서 관세청의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관세청 얘기는 다르다. 이미 관세청이 100명 정도 인력 증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아무런 답이 없는 상황인데, 이 인력 증원은 국무조정실이 아닌 행안부 소관이라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이 인력을 증원하겠다고 브리핑에서 말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이다. 즉, 국무조정실이 6월부터 위해 물질이 발견된 물건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실제로 6월에 이런 일이 시행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상황이다.

6월에 법 개정한다? 불안한 소비자



해명 브리핑에서 또 강조한 것은 6월에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얘기였다. 법 개정은 KC인증 의무화와 연관지어서 봐야 하는 문제이다. 앞선 '직구 금지' 브리핑에서 강조한 것이 앞으로는 정부가 선정한 80개 물품에 대해선 KC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한국 반입을 금지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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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KC인증은 한국 자체적인 인증제도다. 인구 5천만의 작은 한국 시장에 '직구 판매'를 하기 위해 KC인증을 돈 내고 받을 해외 기업은 사실상 없다. 이러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되는 한국이 더욱더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오죽하면 최근 나라에서 하던 KC인증 업무를 민영화하면서, KC인증하는 민간 기업 돈 벌게 해 주려고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 해명 브리핑에서 국무조정실은 그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여전히 이런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왜 이런 무리수를 던진 걸까? KC인증을 관장하는 국가기술표준원 고위 인사와 얘기를 나눠보니, 이 역시 의도치 않은 일이었다는 답이 나왔다. 최근 중국에서 들어오는 초저가 물건이 품질 불량인 경우가 많아 이를 걸러내고 싶은데, 그 수단으로 생각해 낸 것이 KC인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건만 KC인증을 받으라고 할 수는 없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직구 물건에 대해서도 똑같이 KC인증을 적용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정리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까지 급하게 발표할 일은 아니었는데 국무조정실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서둘러 발표를 하게 되면서 일이 꼬였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명브리핑을 열어 6월에 이 KC인증 의무화와 관련된 법 개정을 하겠다는 얘길 한 것이다. 그러나 브리핑 내용을 아무리 봐도 법 개정을 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를 6월에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법 개정을 하긴 하는데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겠다는 건지 여전히 정확히 알 수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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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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