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발탁한 前대사, 대화 공개
“차타고 가던중 물었더니 속내 밝혀”
친서 등 브로맨스 과시와 다른 모습
싱가포르 1차 북미회담 후 대화인듯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아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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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X는 기회가 생기면 내 배를 칼로 찌를 것이다(That fxxker would knife me in the stomach if he had the chance).”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는 전언이 나왔다. 고든 손들런드 전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현지 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이같이 공개했다.
이는 올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자주 김 위원장을 “똑똑하고 터프한 친구”라고 치켜세운 모습과 다르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친서 27통을 주고받으며 ‘브로맨스’를 과시했지만, 속내는 불신이 가득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FP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말도 안 되는 얘기 말고(Cut the bullshit), 김(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주장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이 대화가 언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호텔 사업가였던 그를 EU 대사로 발탁한 시점이 2018년 7월인 걸 감안하면, 그해 6월 열린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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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거친 설전을 벌인 이력이 있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 폄하했으며, 김 위원장 역시 ‘늙다리’ ‘겁먹은 개’ ‘불망나니’라고 맞섰다. 하지만 2018년 친서 외교가 시작된 뒤 분위기는 반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을 “터프하고 스마트한 좋은 협상가”라고 불렀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칭찬을 “벨벳 장갑을 낀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외교전략 중 하나인 미치광이 이론은 자신을 비이성적 인물로 꾸며 상대가 예측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벨벳 장갑’은 상대에게 격식을 갖춘 화려하고 부드러운 수사(修辭)를 일컫는다.
또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등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공개 칭찬하는 건 역발상 전략(contrarian strategy)”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언급 역시 “쇼비즈니스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대선 유세 등에서 북한을 거의 빼놓지 않고 거론하고 있다. 그는 2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재판에 출석한 뒤엔 “북한은 점점 기운이 넘친다(frisky)”며 “나는 그(김 위원장)와 잘 지냈지만 현 정부는 이름도 모른다”고 했다. 이에 재집권하면 북-미 대화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란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미국이 단호하게 압박하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은 한국 등 동맹국을 계속 위협한다”며 “미국이나 동맹을 공격하면 (북한 정권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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