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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팔레스타인 사망자 3만 넘어…이스라엘, 피난민 모인 라파 진격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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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라파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본격적인 진격이 임박한 가운데, 가자지구 내 주요 병원에 전기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생명도 위험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7일 이후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3만5000명, 부상자는 8만 명을 넘어섰다.

23일(이하 현지시각)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와파> 통신을 인용, 가자시티 샤비야에 있는 아파트 폭발로 10명이 사망한 데 이어 가자지구 중부지역에 있는 데이르 알발라의 구호물자 창고 폭발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이 최소 12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송은 가자시티 남부 지역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 장갑차가 총격을 가했으며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자발리아 난민수용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7일 이후 이날까지 3만 5800명이 사망하고 8만 1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피난민 100만 명 이상이 모여있는 라파 지역의 동부 교외 세 곳에서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탱크가 라파 남동부로 진격해 인구밀도가 높은 이브나 지역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 라파 주민은 통신에 "그들(이스라엘군)은 인구 밀도가 높은 이브나의 가장자리에 있다. 아직 그곳으로 침범하지는 않았다"며 "우리는 폭발음을 들었고 군대가 침입한 곳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 난민위원회의 긴급대응지도자인 수지 만 미겐은 많은 민간인들이 여전히 라파의 전쟁 지역 내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라파는 이제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동쪽은 전형적인 전쟁 지역이고, 중간은 유령 도시이며, 서쪽은 많은 사람들이 비참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며 "가자 사람들은 가족을 죽이고 집을 파괴한 세력이 지정한 '인도주의적 안전지대'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레시안

▲ 22일(현지시각) 한 어린이가 팔레스타인 라파 지역의 무너진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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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 위치한 병원들도 위기 상황에 내몰려있다. 방송은 가자 중부지역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한 병원은 연료 부족으로 발전이 어려워지면서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르 알발라에 위치한 알 아크사 병원의 의료 책임자인 이야드 알 자브리는 성명을 내고 "부상자 및 신장 투석 치료를 위해 전기가 필요한 수백 명의 환자가 여기 있다"며 "연료가 없다면 치료는 완전히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임박한 위기가 닥치기 전에 국제기구들에 5만 리터의 연료를 요청한다. 연료가 없으면 모든 환자들은 죽음에 내몰릴 것"이라며 "특히 중환자실에 있는 사람들,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들, 투석 치료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 물품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샘 로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기획국장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이 반입되는 라파 국경 검문소를 폐쇄한 이후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물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이 처음 시작된 (지난해) 10월에 받던 원조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지난 6일 이후 원조 물품을 실은 트럭이 150대 미만이었다고 덧붙였다. 로즈는 물품 공급 부족으로 인해 UNRWA가 배급을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의 검문소 폐쇄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미국은 지난 16일 구호품 전달을 위해 해상 임시 부두를 설치했는데, 물품이 해상으로 오더라도 이를 육상에서 전하기 위한 연료가 부족하고 인력의 안전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활한 분배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당시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은 하루 트럭 90대 분량으로 시작해 150대까지 구호품 운송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UNRWA에 따르면 하루는 커녕 몇 주 동안 150대의 트럭도 들어오지 못하면서 의문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전에 하루 구호품 분량이 500~600대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사실상 물품 공급이 끊긴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부두에서 일하던 미군의 비전투원이 부상을 당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 국방부 관리가 해당 비전투원이 부상을 당해 이스라엘 병원으로 대피했다면서, 부상의 성격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두에서 일하는 미군의 부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쿠퍼 부사령관은 다른 두 명의 미군 병사들도 부두에서 작업하는 동안 "매우 경미하고 일상적인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통신은 지난주부터 가동이 시작된 부두 건설에 약 1000명의 미군 대원들이 참여했으며 첫 90일 동안 가동하는데 3억 2000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구호품 공급의 위기 속에 가자지구 외 또 다른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출과 수입 사이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며 "재정 붕괴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22일 아일랜드와 노르웨이, 스페인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서안지구를 운영하는 PA에 더 이상 세금 자금을 송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 카림 칸 검사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를 규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이전 트위터)에 갈란트 장관이 "가자지구에 식량, 연료, 전기공급 없는 완전한 포위",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국제사회는 이런 야만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케냐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ICC가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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