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판사들이 도착하고 있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대해 새로운 긴급 조치를 ICJ에 요청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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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게 가자지구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ICJ 명령을 강제 집행할 수는 없으나, 이 결정이 국제 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파 공세를 본격화하는 이스라엘의 고립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에 따르면 나와프 살람 ICJ 소장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심리에서 판결을 읽으며 “이스라엘은 즉시 라파에서의 군사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이집트와 가자 사이의 라파 교차로를 열도록 명령했다. 한 달 이내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도 했다.
이 명령은 ICJ의 15명 판사 중 13명이 찬성했다. 우간다와 이스라엘 판사만 반대했다고 한다.
이 판결은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ICJ에 “팔레스타인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특히 라파 공세를 중단하라고 명령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나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무장세력으로부터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판결을 따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전날 “지구상 어떤 권력도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추격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 심리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법률팀(왼쪽) 구성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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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ICJ는 명령, 판결 내용을 강제할만한 집행 권한이 없다. 앞서 ICJ는 남아공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월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와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를 명령했으나 이스라엘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스라엘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는 있다. 앞서 지난 20일 또다른 사법기관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노르웨이·스페인은 22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에 대한 판결은 국제 법적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ICC 당사국은 아니지만 UN 회원국인 만큼 UN 산하기관인 ICJ의 결정을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이 명령은 전 세계적인 합의 없이는 집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일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밖에서 사람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하마스 무장세력이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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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어떤 곳
ICJ는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4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유엔 사법기관이다.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가 9년 임기의 판사 15명을 선출한다. 현 소장은 레바논 국적의 나와프 살람으로, 임기는 3년이다.
1948년 홀로코스트 이후 비준된 협약은 ICJ에 국가가 집단 학살을 저질렀는지 결정할 권한을 부여했다.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집행이 까다로울 수 있고 판결을 무시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라는 2022년 명령을 거부했다.
ICJ 명령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투표를 통해서다.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은 그러한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ICJ는 국제법 관련 국가 간 분쟁을 판결한다는 점에서 전쟁 범죄, 대량 학살 등 국제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개인을 재판하는 ICC와 다르다. 이스라엘이나 미국 모두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유대인 대량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나 ICJ는 무장단체가 아닌 국가에 대한 혐의만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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