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팔고 떠나라’는 월가 격언이 나온 배경도 통상 6월부터는 증시 흐름이
잠잠해지기 때문에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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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은 투자해봐야 별로 이익을 낼 수 없는 재미없는 달로 통한다.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월가 격언이 나온 배경도 통상 6월부터는 증시 흐름이 잠잠해지기 때문에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6월은 기업들 실적 발표가 몰리는 어닝 시즌도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또한 ‘미국판 현충일’ 격인 5월 말 메모리얼데이에 이어 여름방학과 여름휴가 시즌이 6월 이후 이어지는 때이다. 다만 6월 초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위원회가 S&P 500 지수 구성 종목을 일부 바꾸는 재조정 작업이 있다.
이 밖에 6월 셋째 주 금요일에는 ‘세 마녀의 날(트리플 위칭데이)’이 있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트리플 위칭데이란 주가지수 선물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옵션 만기가 동시에 겹치는 날이다. 기존에는 개별주식 선물 만기까지 겹친다는 의미에서 네 마녀의 날로 부르곤 했지만 개별주식 선물 거래 활기가 떨어지면서 세 마녀의 날이라는 말을 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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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통상 6~9월은 약세장으로 통한다. 무엇보다 6월만 놓고 볼 때 악명 높은 해이던 2022년을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지난 2022년 6월 13일 S&P 500 지수는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다만 이 날은 약세장 진단을 받은 날일 뿐 앞서 2022년 1월부터 6월을 거쳐 10월까지도 증시 분위기는 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S&P 500 지수는 25% 내려앉았다. 무려 248거래일 동안 약세장이 이어진 탓에 1948년 약세장 이후 최악의 시간으로 기록됐다.
무려 6년간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은 1945년 9월에 끝났다. 제국주의를 선언한 일본이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계기로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종전이 이뤄진 것이 계기다. 미국은 가장 큰 전쟁 수혜국으로 떠올랐지만 뉴욕증시는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이전까지 ‘기축통화’ 역할을 하던 영국 파운드화가 내리막길을 걷고 미국 달러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경제가 번성했지만 약세장을 피할 수 없었다.
약세장은 1948년 5월 15일까지 무려 484거래일간 지속됐다. 증시가 장기간 가라앉은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심리에 주목하기도 한다. 전쟁 이전인 1930년대가 대공황 시기였다 보니 이에 따른 폭락장의 충격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었던 데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긴 전쟁이 이어진 점이 투자 피로감을 불렀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2022년이라는 특정한 연도를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6월이 반드시 문제인 것은 아니다. 미국 투자사 LPL파이낸셜이 1946년부터 2022년까지 뉴욕증시 약세장을 분석한 것을 보면, 6월 즈음에 하락세가 시작된 적은 딱 두 번이다. 두 사례는 모두 1946년과 1948년으로 먼 과거인 측면이 있다.
미국증시 ‘약세장’이란 무엇?
미국은 흥미롭게도 경제가 침체인지 여부를 진단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판단위원회다. 하지만 위원회가 투자와 소비·일자리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므로 실제 침체가 발생한 지 몇 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위원회가 경제 침체를 선언하게 되어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침체’라고 판단하곤 한다. 반면 뉴욕증시 같은 경우는 권위 있는 기관이 따로 약세장인지 강세장인지 진단해주지 않는다. 보통 시장에서는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500 지수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경우 ‘기술적 약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면 기술적 약세에 접어들었다는 건, 그 이전부터 증시 분위기가 하락세였다는 걸 의미한다. 약세장은 얼마나 오래 이어질까? 이 기간은 기술적 약세 시기를 포함해 하락세가 이어지는 더 광범위한 시간을 말한다.약세장이 이어지는 시간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뉴욕증시 약세장은 평균 142거래일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다만 네드데이비스리서치 분석을 보면 1929년 이후 뉴욕증시 약세장은 평균 9.6개월이었던 반면 강세장은 평균 2.7년 동안 이어졌다.
낙폭이 클수록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 수밖에 없다. LPL파이낸셜의 약세장 분석을 보면 S&P 500주가지수가 20% 이상 하락한 후에 다시 원점으로 회복하기까지는 평균 19개월이 걸렸다. 지수 낙폭이 25% 미만이었을 때는 다시 회복하는 데까지 평균 7개월이 걸린 반면 낙폭이 25% 이상이었을 때는 평균 27개월 이상이 걸렸다.
물론 이런 분석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일 뿐이다.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가 있거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등 매년 특이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들어맞는 법칙같은 것은 없다. 다만 경향성이라도 알 수 있다면 투자 시 손실·이익 대응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월가는 6월 이후 증시가 계절적 약세장에 들어설지 여부에 주목한다.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지수는 통상 6월 초 구성종목 편입·퇴출(리밸런싱)을 발표한다. 정기 리밸런싱 작업이기는 하지만 통상 실제 적용 날짜를 전후해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특히 편입 가능성이 큰 종목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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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 영향은
월가에서는 6월 7일 S&P 다우존스위원회의 지수 조정 발표를 앞두고 핀테크(금융기술) 관련 기업들의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의 램지엘아살 연구원은 “핀테크 기업 중에서 시가총액이 큰 블록(옛 스퀘어)이 S&P 500 지수에 편입될 여지가 크다”고 예상했다.엘아살 연구원은 블록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해당 지수 내에서 금융 업종 비중 축소가 최근 두드러졌고 그 결과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낮기 때문에 시총 규모까지 감안할 때 금융 부문에서 블록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즈는 블록의 캐시앱 카드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기능을 통합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그 성장세에 주목하며 5월 초 회사 12개월 목표가를 기존 95달러에서 100달러로 높인 바 있다. 미국 고금리·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소득층 소비가 타격받을 경우 블록이 키워온 ‘선구매후지불(BNPL)’ 사업이 타격받을 수 있지만 비트코인 기반 상거래 결제 및 P2P 송금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뱅킹 사업 발전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키프 브루예트 앤 우드(KBW) 측도 6월 S&P 500 지수 정기 조정 작업에서 핀테크 간판 기업인 블록 외에 코인베이스가 지수에 새로 합류할 가능성을 점쳤다. 가상화폐(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주목한 배경은 해당 지수 내 금융주 비중이 낮다는 점과 더불어 코인 시장 확장성이다.
블록 주가는 올해 1월 이후 연중 약 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를 비롯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아크핀테크이노베이션(ARKF)’ 시세가 각각 약 11%, 5% 오른 점에 비하면 뒤처지는 수익률이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올 들어 29%가량 뛰었다.
최근 뉴욕증시는 4월의 조정을 겪고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뉴욕증시에서 5월은 수익률이 높았던 달은 아니다. <사진 연합뉴스> |
올해 6월 지수 재조정은 7일 발표되고 실제 적용은 21일 장 마감 이후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수 편입·퇴출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에 눈여겨볼 만하다.
해미시 프레스턴 S&P다우존스위원회 미국주식 담당 국장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과거 1995~1999년에는 지수 편입 발표 이후 실제 적용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편입 종목 주가가 8.32%(중앙값 기준) 오르는 경향이 있었지만 2011~2021년을 보면 오히려 0.04% 떨어지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지수 편입이 이뤄지는 경우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을 기대한 선매수 투자 수요 덕에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분석 기간의 길이와 해당 연도 증시 분위기에 따라 지수 재조정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도 6월에 정기 리밸런싱에 들어간다. S&P 500 지수와 마찬가지로 나스닥 100 지수도 매년 3월, 6월, 9월, 12월, 즉 분기마다 정기 리밸런싱을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나스닥 100 지수는 대체로 신규 종목 편입과 편출이 12월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6월의 경우 S&P 500 지수 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주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김인오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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