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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AI 반도체 시대,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기고/전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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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생성형 AI’ 시대다. 신세계의 개척자는 ‘기계학습’이라는 확률적 방법론을 개발한 제프리 힌턴이다. 2017년 구글이 ‘트랜스포머’란 알고리즘을 공개하면서 봇물이 터졌고, 2022년 샘 올트먼이 창업한 오픈AI가 챗GPT 3.0을 출시하면서 대세가 됐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로 구성된 복잡한 생태계에서 핵심은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를 움직이는 동력은 인공지능(AI) 반도체다. 그래서 AI를 개척한 힌턴이나 올트먼, 구글이나 오픈AI가 아닌, 빅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AI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TSMC, 고대역 메모리칩을 TSMC에 공급하는 한국의 SK하이닉스도 AI 생태계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초강력 하드웨어(GPU)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쿠다)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생태계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맞서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인텔, AMD 같은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서비스 기업도 독자적인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엔비디아와 독립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초거대언어모델(LLM), 광대역 통신 인프라 및 탁월한 개발 역량을 고루 갖춰 세계 3위의 디지털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도 AI 반도체 시장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AI 최고 강자인 엔비디아 생태계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거나, 국내 기업 간 제휴를 통해 독자적인 AI 반도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자동차 등 개별 기기에 특화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모바일 기기 등 우수한 제조 기반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 개발해 나가고 있다. 소재 부품 장비 등 하드웨어 기업은 물론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 간 협업을 통해 AI 산업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4월 ‘AI 반도체 협업포럼’을 출범했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AI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만남과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산업 현장 맞춤형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반도체 산업에서도 강한 자가 아니라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반도체 설계·소부장·파운드리 기업을 연계하고, 수요-공급 산업 간 협력을 통해 안정되고 강력한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우리 기업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며 생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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