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11연속 동결
美 통화정책 전환 불확실성 영향
중동 등 대외 불안 요인도 여전
올해 성장률 전망 2.1→2.5%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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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가와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이 더 짙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최악의 경우 연내 금리인하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들어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면서 “하반기(7∼12월) 무조건 (인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1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가운데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1명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은이 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것은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1%에서 지난달 2.9%로 떨어졌지만,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과일 등 농축수산물이 10.6%나 올랐고, 불안한 중동 정세 영향으로 국제 유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월 이후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졌기에 물가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4월에 비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가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는 점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민간 소비 등이 살아날수록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올 1분기(1∼3월) 한국 경제성장률은 1.3%로 시장 전망치(0.6%)를 크게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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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이는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2.6%)보다 낮은 수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은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내수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6%, 내년 2.1%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전환을 미루고 있는 상황도 한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은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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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행보와 중동 불안 등 녹록지 않은 대외 상황 탓에 일각에선 한은이 연내 금리를 내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대외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연준의 결정”이라면서 “미국이 9월에 내릴지, 12월에 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은이 올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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