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와 서부의 경계, 허물어버리겠다"
광동 프릭스 '씨맥' 김대호 감독. /이윤파 기자 |
'씨맥' 김대호 감독은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 중 독보적인 슈퍼스타이자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본인만의 리그 오브 레전드 철학을 특유의 비유와 어휘력을 살려 특색 있게 설명하고, 게임을 분석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그 재능을 살려 그리핀과 DRX라는 강팀을 만든 김대호 감독은 이제 광동 프릭스를 이끌고 월즈 진출에 도전한다. 이번 여름 동부와 서부의 경계를 허물겠단 포부를 밝힌 '씨맥' 김대호 감독을 만났다. 김대호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임하며 본인의 리그 오브 레전드 철학을 설명했다.
◆ 더 잘할 수 있던 스프링, "경험했어야 할 통과의례, 패배여서 아쉬울 뿐“
광동 프릭스 '씨맥' 김대호 감독. /이윤파 기자 |
2024년을 시작하며 광동 프릭스에 '커즈' 문우찬과 '판타지' 정명훈 코치가 합류했다. 이 둘을 영입했다는 소식에 팬들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23 LCK 서머 퍼스트를 받은 '커즈'는 두말할 나위 없고, 정명훈 코치 역시 관계자나 팬들 사이에서 항상 호평 받은 코치이기 때문이다.
김대호 감독은 정명훈 코치에 대해 "매우 유능하다. 연산도 빠르고 일머리도 좋고, 만능이다. 심지어 성격도 굉장히 선하고 정의롭다. 선수들 생각도 많이 하고 배려심도 깊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4 스프링 시즌 광동 프릭스는 6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까지의 기세를 잘 살렸다면 그 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시즌이었다.
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김대호 감독은 "딱 꼬집어서 아쉬운 경기는 없다. 약팀들에게 업셋을 당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언젠가 경험했어야 하는 통과의례라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패배를 통해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게 아쉽긴 하다"라고 말했다.
스프링 시즌의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 김대호 감독은 "커즈와 두두가 생각보다 훨씬 잘해줘서 기적 같은 승리를 많이 만들어내서 기분 좋았다. 다른 라인도 잘했지만 바텀의 경우 실력을 떠나 외적인 이슈로 로스터가 교체되며 팀의 강함이 단단하게 유지되기 힘들었던 점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광동 프릭스의 든든한 상수였던 '두두' 이동주에 대한 극찬을 이어갔다.
김대호 감독은 "두두는 매우 영특하고 자가 피드백을 잘한다"라며 "다른 라인 피드백을 자기한테 잘 접목하고, 스스로 분석과 연구를 이어가면서도 피지컬도 좋다 보니 커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두두에게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한 적이 많지 않음에도 말이다"라고 전했다.
◆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플라톤' 씨맥의 명강의
광동 보리차의 성분표를 꿰고 있다는 '씨맥' 김대호 감독. /이윤파 기자 |
김대호 감독은 본인의 게임 철학을 촌철살인 같은 비유를 곁들어 설명한다. 그 결과물로 나온 이론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호응을 얻으며 '롤 이론학자'로 떠올랐다.
상상 속의 트런들, 통나무론, 강도론, 돌다리론을 비롯한 수많은 이론은 게임을 넘어 인생을 관통한다는 평가도 듣는다.
이른바 'C언어'라 불리는 남다른 어휘력의 비결을 묻자 김대호 감독은 "활자 중독 같은 게 있어서 뭔가를 읽고 싶은 욕구가 있다"라며 "눈앞에 광동 보리차 성분도 다 알고 있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나무위키를 10시간 넘게 읽기도 한다. 그렇게 쌓인 얕고 넓은 지식과 순간적인 센스가 결합되어 재밌는 표현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광동 프릭스의 '커즈' 문우찬은 2024 LCK 스프링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자기는 '자비스'고, 우리는 '아이언맨'이니 자기를 많이 이용하라"라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한 적 있다. 김대호 감독은 이 '아이언맨-자비스' 이론에 대해 자세한 설명에 나섰다.
김대호 감독은 "무언가를 갈구했을 때 정보를 줘야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뜬금없이 '번개가 왜 치는지 아세요? 이러이러해서 생긴다'라고 말하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이 데이트하는데 번개가 치고, 그때 번개가 왜 치는지 알려주면 머리에 들어온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결국 피드백을 할 때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 선수가 간절하지 않은데 정보를 넣어봤자 어차피 휘발성이다. 선수들이 게임을 하며 억울하거나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 적극적으로 피드백에 임할 때 정보를 줘야 자기 것이 된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로봇이 계단 오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씨맥' 김대호 감독. /이윤파 기자 |
김대호 감독의 피드백은 평범한 유저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들이다. 최고의 재능을 가진 프로게이머들도 특정한 정보를 항상 의식하며 게임하는 게 어려운지 물었다. 김대호 감독은 "롤은 무의식으로 하는 거다, 롤에는 알아야 할 게 많은데 그런 것들은 다 체화되어 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로봇이 계단 오르는 게 매우 힘들다, 계단 오를 때 몸의 무게중심이 뒤로 넘어가고 한 발을 번갈아 올리는 게 어마어마한 연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근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올라간다"라며 계단을 오르는 듯한 동작을 보여줬다.
그리고 "롤도 마찬가지다, 단순하게 보면 기분 나쁘고 기분 좋은 게 끝이다"라며 "어떤 플레이가 왜 기분이 좋고 나쁜지 선수들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엄청 복잡한 이론이 그 안에 숨어있다. 선수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쌓는 과정에서 그것을 체화했다. 피드백이 잊히는 것 같아도 선수들의 몸에 남아 게임에 적용하고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아스날 FC의 전설적인 감독 아르센 벵거는 "나의 꿈은 타이틀을 모으는 게 아니라. 가장 완벽한 축구가 그라운드 안에서 5분 만이라도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하는 벵거의 철학이 그대로 담긴 명언이다.
벵거가 축구를 사랑하는 것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랑하는 김대호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김대호 감독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게임 플레이에 관해 물어봤다.
김대호 감독은 잠시 생각하더니 "상대도 잘하는데 우리도 해야 할 플레이를 하고 과감한 시도도 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손익비 따져가면서 인원 배분이나 교환도 완벽하게 이뤄지는 수준 높은 게임을 하고 싶다"라며 "누가 봐도 운영이 한 수준 위라고 느낄 정도의 게임을 선수들과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 광동 프릭스가 바라보는 방향, "동부와 서부의 경계 허물 것“
서머 시즌 각오를 밝히는 '씨맥' 김대호 감독. /이윤파 기자 |
광동 프릭스와 김대호 감독의 목표는 월즈 진출이다. 결국 꾸준히 지적받았던 바텀의 활약이 중요하다. 김대호 감독은 더 강해진 바텀을 예고하며 "준비가 더 필요하지만 확실히 서머 때 괜찮을 것 같다, 라인업은 최대한 고정하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서머 시즌 광동 프릭스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대호 감독은 "LCK는 상위권 팀들이 강해서 동부와 서부 격차가 뚜렷하다. 우린 그 경계를 허무는 팀이 되고 싶다. 스프링 때는 업셋을 하다가 당하기도 하는 식으로 경계를 허물었는데, 이번 시즌엔 확실한 4위권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광동 프릭스 팬들을 향해 부탁을 남겼다. 김대호 감독은 "예전에는 좋은 거만 함께하고 힘든 건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안 봐야 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지다 보니 어려운 것 같다"라며 "이렇게 된 거 서머에도 함께 고통 나누며 응원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고, 스프링보다 조금 더 나아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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