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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원로 소설가 최문경, 5·18 다룬 대하장편소설 '불어오는 바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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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4주년 기념 소설…44년간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애절한 이야기
임철우·한강 작가 이어 또 하나의 굵은 획


더팩트

원로 소설가 최문경. / 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원로 소설가 최문경 작가가 44년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대하장편소설로 세상에 내놓았다.

책 제목은 '불어오는 바람'(출판사 문예바다)이다. 모두 9권으로 제1권 '장박골의 아침', 제2권 '신군부와 시민군 형제들', 제3권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4권 '붉은 실, 흰실이 뒤섞인 인동꽃 수의 머리띠', 제5권 '나는 보았다. 군인이 등에 꽂고 있는 대검을', 제6권 '아내의 갈퀴손', 제7권 '우리는 외곽도로 경계, 조칠 의형제', 제8권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제9권 '5·18이 없다면 6월 항쟁도 없다' 등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1980년 온몸으로 생생하게 겪었던 그날의 일들을 책상 깊숙이 묻어뒀다. 그동안 함부로 내 놓을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내놓는 것은 부담이었다. 그렇게 4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야 대하소설로 그렸다. 그는 1946년생으로 올해 78세다. 집 나이로 80세에 가깝다. 소설가는 더는 묻어 둘 수가 없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설을 그려냈다.

책은 1980년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소설가가 전남도청과 충장로 인근에 있는 광산동 72번지에서 온몸으로 체험한 것을 생생하고 확연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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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최문경 소설가의 5.18 대하장편소설 “불어오는 바람”표지. / 정예준 기자


최문경 작가는 "그달 27일에는 계엄군들이 쏘아대는 총탄이 지붕 위를 날아다니며 우리집 지붕을 뚫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술회했다.

또 "당시 경상도 말을 하는 군인이 총으로 대문을 밀고 들어와 물을 달라고 했다. 집 마당에는 작두샘이 있었다. 물그릇을 집어든 나는 너무 놀라서 물그릇을 떨어뜨렸는데 그 군인이 다시 집어 내 손에 놓아주면서 말했다. '놀라지 마이소. 군인입니다'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반 병사들이었다"며 "당시 나는 5·18 민주화운동 열흘 동안 총탄이 쏟아지는 전남도청 앞에 나가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먹을 것을 전하고 더러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며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기도 했다"고 적었다.

작가가 전남도청 정문 옆에 살았고 중년의 시기에 그 기막힌 참상을 현장에서 목도하는 경험을 했기에 사실에 가까운 또 하나의 서사시가 만들어진 셈이다.

작가가는 이것을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서는 목격자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없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다 결국 44년의 세월이 흐른 뒤 토설해낸 것이다.

'44년 세월을 견딘 저항과 통곡의 서사'란 제목으로 서평을 쓴 김종회 전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작가는 스스로의 체험적 인식과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에 대해 매우 진실하고 구체적으로 고백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소설의 사례에 비추어 길게 서술하고 있지만 작가 자신으로서는 그래도 육성으로 하고 싶은 말의 일부조차 다 내놓지 못했다는 느낌일 것"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진실규명이 지체되고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미비한 대응의 문제다. 그가 이 소설을 쓴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언명한다. 그래서 작가는 너무 오랫동안 그 주변을 서성거렸다"고 피력했다.

책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발발에서부터 전두환 정부가 노태우 후보를 앞세워 직선제를 요구 받아들이기까지 그러한 연후에 군사정권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지점까지의 시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이 격동과 흑암의 시기를 증명하는 사료들을 수집하고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과 허구를 조합하여 장대한 이야기 마당을 꾸려냈다. 공간적 배경에 있어서는 전남 보성군 문덕면의 주암호 수몰지구를 중심에 뒀다.

공간적으로는 광주와 멀리 떨어진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 녹차 밭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5·18의 아픔에 찌들어 그곳으로 내려와 살고 있었다. 자연히 그곳이 이야기의 중심이 됐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다.

김득수는 보성군 문덕면 장박골 출신으로 문덕면사무소 주사인 공무원이다. 그의 아내 득량댁의 동생 임규정은 5·18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죽었다. 그는 암매장 된지 8년 만에 발굴됐다. 김득수는 공직자이지만 이 모든 사건의 증인이다.

박기종은 언론인 출신으로 5·18 때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뒤를 이어 보성 초당골다원 녹차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이 녹차밭에서 일하는 인부 여성들이 대부분 5·18때 계엄군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임규정은 5·18때 외곽도로 경계조의 칠 의형제 팀장으로 무장시위대를 이끌었다. 김득수의 아내 득량댁의 삼대독자 동생이다. 광주에서 표구점을 운영하던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날의 비극으로 그는 암매장 됐으며 8년이 지난 뒤 발굴됐다.

이밖에도 숱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그들의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장편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로 이들이 경험담처럼 풀어내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졌다.

김종회 교수는 해설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은 단편·장편·대하소설을 막론하고 많다"며 "홍희담·최윤·임철우·한강 등의 작가를 별반 어려움 없이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최문경이 하나의 획을 더하고 한걸음 더 나아간 문학적 성과를 제시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문학사적 진전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 작가는 경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석사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1991년 표현문학으로 데뷔해 장편소설로 ‘수채화 속의 나그네’,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물한실’, ‘나홀로 가는길’, ‘귀호곡’, ‘물 그리고 돌의 신화’, ‘붉은 새’, ‘압구정 민들레’, ‘숨어우는 바람소리’, ‘아이디어 샘’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 한국소설문학상과 월탄 박종화 문학상, 2019년 손소희 문학상, 2017년 직지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원로로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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