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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제2 머지포인트' 막는다... "선불업체 파산해도 우선 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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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충전금 보호 의무 신설
소액후불결제업도 카드사 수준 규제
한국일보

2021년 8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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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선불충전업의 규제를 강화한다. 선불충전금 보호 의무를 신설해 해당 업체가 파산할 시에도 이용자가 우선 환급받도록 조치했다. 2021년 1,000억 원 이상 피해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머지포인트 운영자는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면 액면가보다 더 많은 몫의 포인트를 충전해 줬다. 이 포인트는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21년 8월 11일 당국의 전자금융업 등록 요청을 이유로 갑자기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자 이용자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했고 이들은 그대로 잠적해 버렸다.

금융당국은 이런 피해를 막고자 선불전자업 규제 대상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포인트를 2개 업종 이상, 가맹점 10개 이상에서 쓸 수 있느냐가 기준이었다. 개정안에선 업종 구분 없이 포인트 사용 가맹점 2개부터 당국에 선불업자로 등록하고 규제를 받아야 한다. 다만 영세사업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행잔액 30억 원 미만이면서 연간 총 발행액 500억 원 미만일 경우 등록을 면제한다.

선불전자업자는 선불충전금 보호 의무를 지게 된다. 선불업자는 선불충전금의 50% 이상 금액 중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선불충전금 관리 기관을 통해 신탁,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의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관리기관은 은행, 체신관서, 신탁업자 등으로 제한된다. 선불충전금도 예금, 국·공·지방·은행채, 지급보증증권 등 안전자산 범위 내로 운용해야 한다. 선불업자가 파산하면 관리 기관이 환급 관련 정보를 받아 이용자에게 우선 환급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소액후불결제업(BNPL)도 신용카드업 수준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BNPL이 신용을 공여하는 성격이 있음을 감안해 승인받을 수 있는 자를 부채비율 180% 이하 수준의 재무건전성 요건 등을 충족한 주식회사로 한정했다. 소액후불결제업무는 여신전문금융업법과 동일하게 금전채무 상환, 예·적금 매수 등에는 사용될 수 없도록 했으며, 카드사가 적용받은 규제 수준에 준용해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7월 3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할 예정이며 규제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법률 시행일인 9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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