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계향 할머니 90세로 별세
22년전 성남 4층 주택 매입해 거주
딸-남편 사별후 市에 전재산 기부
성남시 “저소득층 위해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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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운영과 지하철 청소 등으로 모은 전 재산 12억 원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한 홍계향 할머니(사진)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경기 성남시에 따르면 홍 할머니는 부산에서 태어나 1955년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 미역 노점상과 폐지 줍기를 하며 생활했다. 1983년에 성남으로 터전을 옮겨 지하철역 청소와 공장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2002년 중원구 성남동에 4층 규모의 주택(현재 시세 12억 원 상당)을 마련해 최근까지 이곳에 살았다.
평소 그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다는 신념이 있던 홍 할머니는 슬하에 하나 있던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진행했다.
홍 할머니는 2014년 6월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에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1호 기부자로 이름이 올랐다. 2006년에는 서울대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다.
홍 할머니는 생전 “성남은 제2의 고향”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연말마다 진행하는 성남 사랑의 온도탑 모금활동에 꾸준히 기부해왔다. 그러다 노인 일자리 사업과 자원봉사 활동 등을 이어가다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았다.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성남시는 연고자가 없는 홍 할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안내하고, 공공요금·의료비 납부 등 일상 관리를 도왔다.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세입자 관리 등 홍 할머니의 재산을 관리했고 성남동복지회관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와 할머니의 안부 등을 확인해왔다.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할머니가 기부한 4층 다세대주택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는 성남시의료원에서 치러졌다. 유해는 22일 오전 발인식 후 성남시립추모원에 안치됐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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