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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바이오와 다르다…물 만난 K-메디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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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기반 주가 ‘훨훨’


매경이코노미

클래시스가 참가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의료진 대상 심포지엄 ‘마스터마인드 2024’ 행사장 전경. (클래시스 제공)


주식 시장에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유사 업종으로 분류되는 미용 의료기기 업종이 투자자 시선을 끈다. 이른바 ‘메디테크’로 불리는 업종이다. 메디테크란 의료와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메디컬 테크놀로지’의 약자다. 질병의 예방과 진단, 치료 등 헬스케어 전 영역에 걸쳐 적용되는 첨단 기술이다. 여러 장비와 기술, 솔루션 등이 모두 메디테크 범주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미용 의료기기를 앞세운 국내 메디테크 기업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크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국내 상장사를 사들이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 주가 상승은 실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메디테크 기업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높여 잡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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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스 영업이익률 50%

하반기 북미 진출 앞둬

피부 미용기기 업체 클래시스가 대표적이다. 클래시스 주가는 연초 이후 5월 16일까지 31% 상승했다. 1년 전(2만3850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주가다. 특히 외국인이 대거 클래시스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클래시스 주식을 1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클래시스의 탄탄한 실적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클래시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04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9%, 33%씩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21% 급증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이 무려 53%에 달한다.

클래시스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도 줄줄이 눈높이를 높여 잡고 있다. 실적 발표 후 미래에셋증권·다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DB금융투자·키움증권 등이 줄줄이 클래시스 목표주가를 많게는 30%가량 상향 조정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제시한 클래시스 평균 목표주가는 5만1875원. 5월 16일 종가(4만9450원) 대비 5%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그중 미래에셋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종가 대비 21% 높은 목표주가 6만원을 제시했다.

실적 추정치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목표주가도 높아졌다. 증권가는 올해 클래시스가 매출 2306억원, 영업이익 11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4월 추정치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 높아진 수준이다. 올해도 5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클래시스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 에너지(HIFU) 장비인 ‘슈링크’가 주력 제품이다. 초음파 에너지로 피부를 수축시켜 탄력을 복원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4년 처음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미용 전문 의원이 개원할 때 필수 의료기기로 자리 잡으며, 전국 3000여개 병·의원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클래시스는 고주파(RF) 장비 ‘볼뉴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완료되며 미국 유통망 선정을 앞두고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내 미국 유통 협력사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최종 후보 2곳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피부 미용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미국 진출을 위한 일부 컨설팅과 마케팅 비용이 집행될 전망”이라면서도 “영업이익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겠지만 연간으로는 5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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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제이시스메디칼 ‘순항’

높은 멀티플은 투자자에 부담

국내 메디테크 강세는 비단 클래시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유사 업종으로 구분되는 비올·제이시스메디칼 등의 주가도 동반 강세장이 연출되고 있다.

5월 16일 기준 올 들어 비올과 제이시스메디칼 주가는 각각 24%, 6% 상승했다. 미용 의료기기는 크게 고주파·초음파 등으로 분류되는데, 클래시스·비올·제이시스메디칼이 해당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대표 업체다.

이들의 공통점은 탄탄한 실적이다. 비올은 올 1분기 매출 112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44% 성장했다. 제이시스메디칼은 1분기 매출 440억원, 영업이익 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 16%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비올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606억원, 영업이익 321억원이다. 전년 대비 43%, 44%씩 오른다는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제이시스메디칼 매출은 31% 오른 1874억원, 영업이익은 48% 증가한 536억원으로 예측된다.

다만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여럿이다. 국내 메디테크 기업들의 최근 수출이 신흥국 위주라는 점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활발한 진출이 요구된다. 5~10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장주로 꼽히는 클래시스만 해도 아직까지 해외 매출은 태국과 브라질에 집중된 상황이다.

또, 선진국 진출을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 획득이 필수적이다. 신흥국은 비교적 진출이 쉬운 편이지만 선진국은 의료당국 승인이 있어야만 해당 국가에서 의료기기 판매가 가능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메디테크 기업들이 최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시장점유율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다만 선진국 시장은 인허가 획득 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우며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업들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주가에 적용되는 배수(멀티플)가 높다는 점도 투자 관점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기준 글로벌 의료기기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 수준이다. 그러나 클래시스(37배)와 제이시스메디칼(32배)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적용받는 PER은 업종 평균을 웃돈다.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률 이상의 성장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클래시스를 비롯해 최근 국내 메디테크 기업들이 주가에 적용받는 멀티플 자체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글로벌 평균과 비교하면 오히려 높다. 메디테크만큼 성장세가 뚜렷한 업종이 지금까지는 많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지금의 성장세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렵다. 미국 등 선진국이나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성장률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본격적으로 해외 선진국에서 실적이 성장해야 추가 주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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