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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심해서도 플랫폼 간 교신 척척… 수중 무선통신, 한반도 해역 지킨다 [K잠수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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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은밀하지만 K방산의 핵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잠수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가 주목하는 K잠수함의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해양안보를 위한 민관의 분투와 노력을 소개한다.
한국일보

우리나라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세 번째 3000톤급 최신예 잠수함인 신채호함이 지난달 4일 해군에 인도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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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각축장 된 한반도 해역
한국, 수중 무선통신 기술 확보
촘촘한 해저 경보망 작동 예상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해역에서의 수중 위협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역 안보에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이 적용됐다고 평가되는 '김군옥영웅호'를 포함해 100여 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20년 이후 급격한 해군 전력 증강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이 때문에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 서해를 포함한 다수 해역에서 수중 무인잠수정(UUV), 해양관측 부이, 정보함 활동 등 감시전력 활동을 확장하며 자신의 내해화(Inland Sea-infication)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북한과 중국 해군을 감시하고자 미국, 일본, 캐나다 등 다국적 해군 전력이 동아시아로 집결되고 있으나,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안보 딜레마가 될 수 있다. 특히 다수 잠수함 전력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우리 앞마당에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 같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해군의 잠수함 전력 증강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천문학적인 획득 비용과 장기간의 도입 시기 등을 고려해볼 때 '수중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수중 감시체계 확대도 효과적으로 보인다. 수중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 잠수함을 포함한 다양한 해군 플랫폼 간의 유기적 연계가 가능해지면 보다 넓은 해역에 대한 충실한 감시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수중 무선통신은 말 그대로 수중에 있는 플랫폼 간의 교신이 가능하고, 수중 개체와 수상 개체 간의 교신이 가능한 첨단 기술을 의미한다. 미국 해군 잠수함은 잠항 상태(Submerged)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본부와 교신할 수 있다. 스웨덴, 독일 등의 국가에서도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수중 무선통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해양수산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등 정부기관과 KAIST, 서울대, 호서대 등 대학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됐고, 지금은 가시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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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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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1㎞ 이상의 심도에서 이미 10㎞ 이상의 장거리 천해 환경에 대해 정확한 음파 전달에 성공했다. 한국 해양연구원에서는 수중 통신기로 활용 가능한 수중 무선통신 단말기 모뎀을 개발했고, 지금은 해당 모뎀을 기반으로 다양한 개체 간 교신이 가능한 네트워크용 모뎀도 확보했다고 한다. 바닷속에서 다양한 개체들과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게 만든다면 K잠수함의 전력은 크게 확장될 것이다.

수중통신은 향후 기술 특성과 수요에 따라 두 가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첫째, '와이파이(wifi)'처럼 일정 해역을 네트워크화하는 고정형 방식이다. 연안을 기점으로 다수 네트워크 모뎀을 설치하면서 해역을 가청 영역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기경보용 SOSUS(Sound Surveillance System), 항만 방어용 HUSS(Harbor Underwater Surveillance System) 등이다. 주요 항만시설을 보호하고 침투하는 수중 전력을 감시하기 위해 수중에 설치한 감시체계를 의미한다. 지금은 음파 접촉 여부 정도만 식별되고 있지만, 수중 무선 네트워킹을 통해 구체적인 식별, 실시간 정보 공유 등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무전기'처럼 개체 간 상호 교신이 가능한 이동형 방식이다. 잠수함 전력뿐만 아니라 특히 수중 무인잠수정에 대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UUV에 대한 현재 기준 기술 수준은 사전에 입력한 임무를 수행하고 이후 해당 결과를 공유하는 정도인데, 수중 무선통신 기술이 도입된다면 실시간으로 기동을 통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군사적 영역에서 UUV의 성공적인 도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기술적 사양 발전뿐만 아니라, 기존 전력들과의 통신에 대한 발전 역시 필수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해역에서는 잠수함 전력들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중 무선통신 기술이 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감시체계와 교신체계는 지금껏 우리가 봉착했던 수중 군사 작전에 대한 난제를 풀어줄 수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수준을 높여가는 북한의 위협에도 적극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일보

김대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책임매니저·해사 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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