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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단독] 삐걱대는 K-AI칩 '마하-1'...삼성전자-네이버 갈등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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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프로젝트에서 네이버 배제 움직임 문제 제기

양사 협업 구도 깨질 가능성도...초기 수요 확보 어려움 우려

아주경제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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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공동 개발하는 추론용 인공지능(AI) 반도체 '마하-1'을 두고 두 회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내에 마하-1 전담팀을 구성하며 프로젝트 주도권을 쥐려는 삼성전자와 첫 프로젝트 제안 이후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던 네이버 간 입장 차가 반도체 테이프 아웃(설계 종료)을 앞두고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최악에는 네이버의 프로젝트 이탈로 마하-1 초기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하-1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네이버 측 핵심 인력 A씨가 삼성전자 행보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마하-1을) 먼저 만들자고 제안하고 이렇게 만들자고 기획한 것도 네이버인데, 이게 공동개발이냐는 말이 나오고 네이버 이름도 빠졌다"며 "(삼성전자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하-1 설계를 완료하고 파운드리에 설계도를 전달해 샘플 칩을 만들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네이버 측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두 회사는 2022년 12월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마하-1 설계에 착수했다. 양측이 협력한다는 발표였지만 실제로는 네이버가 제안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프로젝트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포함해 초거대 AI 학습·추론을 위해 비싼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사들이는 상황에서 AI 운영비 절감을 위한 플랜B(대안)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하-1 연구개발과 설계에 참여한 엔지니어 4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네이버 소속이기도 했다.

마하-1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나 GDDR(그래픽 메모리) D램을 활용하는 시중에 나와 있는 AI 반도체와 달리 LPDDR(저전력 메모리) D램을 채택해 전력 효율성을 높이고 반도체 양산 단가를 낮춘 게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결정을 하려면 LPDDR D램의 낮은 대역폭(시간당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양)에 따른 데이터 병목현상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 네이버가 AI 모델 양자화(압축)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마하-1이라는 독특한 구조의 AI칩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

즉,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설계와 D램 공급·양산을 맡고 네이버가 소프트웨어와 초기 수요를 책임진다는 분업 구조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하-1 관련 홍보·마케팅도 네이버 주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던 경계현 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이 "메모리 등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며 마하-1 개발을 공식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삼성전자 측 입장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때 마하-1이 고객사와 함께하는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산하에 AI SoC(시스템 온 칩)팀을 구성하며 마하-1 설계 마무리와 양산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마하-1 양산에 착수하지도 않은 시점에 후속작인 '마하-2' 개발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에서 네이버는 점차 배제되고 삼성전자 입김이 커졌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품 이름이 외부에 '삼성전자-네이버 마하-1'이 아니라 '삼성전자 마하-1'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네이버 측 불만이 커진 이유로 풀이된다. 이 밖에 마하-1 공급단가와 초기 주문량을 두고도 양측 간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등 외산 AI 반도체 업체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두 회사 간 협력 고리가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가 삼성전자를 대신할 새로운 플랜B를 찾으면서 마하-1 초기 주문량을 줄이며 프로젝트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달 인텔·KAIST와 공동연구센터를 만들며 삼성전자 경쟁사인 인텔의 AI 반도체 '가우디'를 현업에 활용할 수 있을지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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