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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EV 전환 대비 전혀 못해"···이대론 6년뒤 부품사 30%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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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부품사 '미래차 쇼크' 시작]

◆ 1차 협력업체 1년새 8% 감소

전동화 필요성 공감에도 여력 부족

작년 350곳중 18%만 부품 양산

2차 협력사로 밀리는 업체도 급증

지방인력 이탈 심화 등 대책 시급

업계, 7월 시행 특별법에 기대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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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A사는 설립된 지 10년 만인 2019년 완성차 그룹 B사의 1차 협력 업체로 올라섰다. 다양한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는 등 미래차 부품을 회사 초기부터 개발해온 덕에 B사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A사 대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용 고부가 제품을 제조하기까지 수년의 기간이 필요했다”면서 “이제 막 전동화 전환에 대비하는 중소기업은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적응하기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용 브레이크 패드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C사는 지난해 1차 협력 업체에서 2차 협력사로 밀려났다. C사 대표는 앞으로 일감 절벽이 다가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전기차 확대로 인해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대표적 부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자동으로 감속시켜주는 회생제동 기술로 구동돼 브레이크의 교체 주기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길어진다. C사 대표는 “전동화 전환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질지 중소기업으로서는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미래차 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중소 부품사들이 미래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 친환경차 주요 부품 수주를 따내면서 중소기업이 국내 완성차 공급망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금리마저 높은 탓에 중소 업체들은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에 망설이는 실정이다.

특히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1차 협력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종사자 100인 미만 1차 협력 업체 수는 2022년 말 315곳에서 2023년 말 287곳으로 약 9% 감소했다. 반면 1000명 이상 1차 협력사 수는 같은 기간 32곳에서 34곳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영세한 부품 회사일수록 인력 수급과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실제로 부품사 중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전환 단계에 돌입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2022년 말 국내 부품사 3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3%만이 미래차 부품을 양산 중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미래차 시장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기업 비중이 62.3%를 차지했다. 전동화 부품을 계획조차 못 한 부품사가 전체 10곳 중 6곳을 넘는다는 얘기다. 특히 소기업으로 한정하면 전환을 준비하지 못한 기업 비중이 84.3%에 달했다.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부품 업계의 전동화 전환을 더욱 늦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AMA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75.8%가 미래차 투자 관련 애로 사항으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한 중소 부품 업체 대표는 “영업이익률이 3% 수준으로 정체돼 있는데 최근 고금리 기조로 인해 대출을 받으려면 5% 가까운 이자율을 치러야 한다”면서 “비용 절감이 최우선인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대로면 영세 부품사의 도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030년이 되면 내연기관차 부품 업체 중 약 30%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연구원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소 부품사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미래자동차부품산업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미래차 기술 개발, 사업화 등 전방위적 지원 △미래차 산업의 국내 투자 촉진 및 공급망 강화 특례 규정 등을 담았다. 미래차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젊은 인력이 점차 수도권으로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지방 소재 중소 부품사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면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국내 미래차 정책의 신뢰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 또한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목표치나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등 미래차 로드맵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그래야 중소기업들도 내연기관 중심의 본업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전동화 전환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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