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사무실에 주택연금 홍보물이 비치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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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1~3월)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라 가입을 미룬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택연금이 대표적인 노후소득 마련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누적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세다.
22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수는 398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5057명)보다 20%가량 줄어든 수치다.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에 주택연금 가입을 늦추는 경우가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입 시점의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월 지급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집값 하락기에는 지금이 고점이라는 판단에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집값이 더 내려가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다.
차준홍 기자 |
올 1분기 들어 주택 거래량이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하는 등(13만1000호→13만9000호)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1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0.37%→0.62%→0.21%)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주택 가격 추이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지난해 1분기엔 주택 시장 부진 영향 등으로 예외적으로 가입자가 많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차준홍 기자 |
하지만 누적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연금이 처음 출시된 2007년 515명이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만1476명(누적)으로 늘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만3000명에게 19조9000억원이 공급됐다.
기대 수명은 늘어나고 은퇴 시기는 빨라지면서 노후 소득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적정 소득대체율은 65~75%인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65세 이상 가구주 자산 구성 대부분이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자산에 편중돼 있다"며 "가용현금이 부족하고 익숙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고령층 특성상 거주 주택을 활용한 노후자금 마련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집을 자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도 변화했다. 주택연금 가입을 앞둔 A(72)씨는 “자녀 입장에선 상속 재산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가입을 꺼려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녀들이 더 권유해 가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제도다. 집은 있지만 소득은 부족한 고령층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부 중 1명이 55세 이상이고, 부부합산으로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갖고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6억원 상당의 주택이 있는 70세 가입자일 경우 월 수령액은 177만3000원 수준이다(종신지급방식‧정액형 기준).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서 연금 수령액을 한꺼번에 갚으면 된다. 연금 수령액이 처분한 집값을 초과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는 반면,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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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자금 융통 기회 늘려야"
주택연금 가입 수요는 향후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엔 가입 문턱도 낮아졌다. 주택가격 상한선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됐고, 집에 직접 거주하지 않고 실버타운으로 이주할 경우에도 수급이 가능하다. 주금공 관계자는 "가입 요건이 완화되면서 신규 가입자 수 증가세에도 차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가입 요건을 더 완화해 가입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만 교수는 “공시가격 12억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고령층의 경우 세금이나 거래비용이 커 자산을 유동화할 수단이 없다”며 “생활자금을 융통할 기회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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